[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39] 환전상과 그의 아내
오늘날의 벨기에 루뱅에서 태어나 안트베르펜에서 활동했던 퀜틴 마시스(Quentin Matsys·1466~1530)는 15세기 말 16세기 초, 벨기에와 네덜란드, 프랑스 북부에 해당되는 플랑드르 지역 화단을 대표했던 화가다. 그림의 주인공은 환전상 부부. 남편이 갖은 모양의 동전을 쌓아두고 저울에 하나씩 무게를 달아 보자, 바로 옆에서 성경을 읽던 아내는 책장을 넘기다 말고 저울에 정신을 뺏겼다. 귀족의 옷차림은 아니나 모피와 부드러운 벨벳, 장신구 등을 보니 환전업으로 넉넉한 부를 일군 부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들은 돈과 믿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 중이다.
당시 환전업이란 오늘날의 은행업과 같아서,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널리 유통되던 다양한 화폐들을 교환해 줄 뿐 아니라 위조화폐는 아닌지 진위를 판별하는 일에서부터 대출, 담보, 자금 예치까지 포괄하고 있었다. 플랑드르는 안정적인 정치와 포용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로 번성했으니 환전업 또한 발달했던 것. 특히 1478년, 스페인 왕실이 교황청의 승인을 얻어 대대적으로 종교 재판을 시작하면서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들을 탄압하자 이들이 플랑드르로 유입됐고, 무역업과 상업, 그리고 환전업은 더욱 번창했다.
이 그림은 원래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인데 지금은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2017년 개관한 루브르 분관에서 전시 중이다. 2007년 프랑스 정부와 아부다비시가 문화 교류를 위한 조약을 맺고 향후 30년간 프랑스의 미술품을 아부다비에서 전시하기로 한 것. 교류와 교환, 믿음과 균형, 부와 안정을 상징하는 ‘환전상과 그의 아내’처럼 루브르 아부다비의 의미에 딱 들어맞는 그림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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