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에 성역 없다”... 백악관서 받은 질문지대로 바이든 인터뷰한 美 라디오 진행자 해고
진화 안 되는 ‘사퇴론’
민주 하원 중진들도 “사퇴해야”
백악관은 내주 일정까지 공개하며 일축
TV토론 참패로 후보 교체론에 직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돌파구 삼아 사퇴론 잠재우기에 나섰다가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다. 백악관에서 미리 질문지를 받고 바이든을 인터뷰한 방송 진행자가 ‘관제 인터뷰 논란’에 휘말려 사실상 경질된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흑인 라디오방송 WURD는 4일 방송된 바이든 인터뷰의 진행자 안드레아 로풀-샌더스가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 방송사 세라 M 로맥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인터뷰엔 백악관이 미리 정한 질문이 포함됐는데, 이는 경영진 협의 없는 독자 결정”이라며 “미리 정해진 질문지 형식에 동의하는 건 청취자 신뢰를 위태롭게 한다”고 했다.
앞서 WURD는 4일 바이든 인터뷰를 방송했다. 전날 녹음한 14분 분량의 인터뷰 앞부분에서 바이든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참패했던 토론과 관련해 “나쁜 토론이었지만, 토론 시간 90분이 지난 3년 반 동안 나의 성과를 지워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토론에서 불거진 건강·인지력 논란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내용은 없었다. 이후 방송 대부분은 바이든 행정부가 흑인 사회를 위해 실시한 각종 지원 정책을 알리고 투표를 호소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진행자가 바이든의 답변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설전을 주고받는 부분도 없었다.
이 방송의 주청취층은 민주당의 전통적 표밭인 흑인들이고, 필라델피아가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11월 대선 최대 격전지다. 이런 점 때문에 지역 라디오 방송이 사실상 바이든 유세에 활용된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진행자 로풀-샌더스는 6일 CNN 에 출연해 “백악관 관계자들이 인터뷰를 앞두고 여덟 가지 질문을 줬고, (내가) 네 가지를 선택했다”며 사실상 백악관의 개입을 시인했다.
로풀-샌더스는 이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질문지를 받은 건 맞지만, 청취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할 질문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미리 짜여진 질문지에 응하는 건 대통령 측에 과도한 편의를 줬다고 해석될 여지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바이든 캠프는 더 이상 언론 인터뷰에서 사전 질문지를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취재에 성역은 없다는 미국 언론관의 단면이 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8년 ‘르윈스키 성추문’이 터진 뒤 외국 정상과 회담 뒤 갖는 기자회견마다 기자들의 노골적 질문 공세에 시달렸던 장면은 지금도 회자된다.
바이든 비관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앉으면서 민주당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킴 제프리스 연방 하원 원내대표가 7일 소집한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의원 4명이 사퇴를 단호하게 주장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이자 16선(選)의 제리 내들러(뉴욕주) 의원이 가장 먼저 사퇴를 주장했고, 군사위 간사인 애덤 스미스(워싱턴) 의원도 “사퇴까지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 보훈위 간사인 마크 타카노(캘리포니아)와 행정위 간사인 조 모렐(뉴욕) 의원도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명시적 사퇴’ 의견을 낸 의원 외에도 짐 하임스(코네티컷), 조 로프그린(캘리포니아), 돈 바이어(버지니아), 릭 라슨 의원 등도 바이든의 건강 상태에 우려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바이든이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15~18일 텍사스·네바다주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사퇴론을 거듭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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