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칼럼]언론의 정치 마케팅, 종착역은 공멸일 수도
MBC, 尹정부 출범 후 진보층의 선호도 급증
“즐겨 보는 뉴스채널 없다” 최다 응답 ‘적신호’
현재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양극화 또는 정치화 문제만큼 ‘뜨거운 감자’는 없을 것이다. 한국갤럽에서 2013년 1월 이후 11년 이상 분기마다 실시해 오고 있는 “한국인이 가장 즐겨 보는 뉴스채널” 조사는 특별하다. 우선 동일한 질문을 12년째 하고 있어 역사적 시각의 분석이 가능하다. 또 타 조사와 달리 정치 성향, 지지 정당 등을 함께 묻고 있어 매체별 소비층의 정치적 양극화 정도를 분석해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인 2024년 2분기 “한국인이 가장 즐겨 보는 뉴스채널”은 MBC였다. 전체 응답자 중 21%가 MBC를 꼽아 KBS(15%)나 SBS(6%) 등 다른 공영방송이나 상업 지상파 채널에 앞섰고 YTN(10%), 연합뉴스TV(5%) 등 보도전문 채널과도 비교 불가였다. 물론 실제 시청률과는 괴리가 있다. 가령 닐슨코리아에서 설문 방식이 아닌 피플미터로 측정한 MBC 뉴스 5월 시청률은 가구당 약 5.1%로 KBS(5.7%)에 뒤졌다. 이를 개인 시청률로 환산하면 두 채널 모두 1%대 초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한국갤럽의 데이터는 채널 ‘선호도’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MBC의 선호도가 KBS에 앞서기 시작한 것은 현 정부가 들어선 직후다. 대선이 있었던 2022년 2분기 9.8% 정도였던 MBC 선호도가 같은 해 4분기에는 18.8%로 두 배 가까이로 급상승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KBS를 앞섰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약간 의외일 수 있다. 공영방송 중립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채널이 가장 많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뉴스채널”인 것이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뉴스 소비자의 극단적 양극화가 있다. MBC 선호층을 분석해 보면 “진보”가 54%, “보수”가 12%로 두 집단 간 차이가 무려 42%포인트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중 “진보”가 28%, “보수”가 31%였던 것을 고려하면 공영방송인 MBC 선호층에 “진보”는 약 두 배 과대 대표된 반면 “보수”는 3분의 1로 과소 대표된 셈이다. 같은 공영방송인 KBS의 28%포인트(보수 42%, 진보 14%), 상업 지상파 방송인 SBS의 17%포인트(보수 36%, 진보 19%)와 비교해도 불균형이 매우 심했다. 5% 이상의 선호도를 기록한 7개 채널 중 이 정도의 불균형을 보인 매체는 TV조선(보수 61%, 진보 9%)이 유일했다.
흥미로운 것은 선호층 정치성향의 불균형이 심할수록 선호도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3개 지상파 채널 중 불균형이 가장 심한 MBC(42%포인트)부터 KBS(28%포인트), SBS(17%포인트) 순으로 각각 21%, 15%, 6%의 선호도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선명성을 드러낼수록 ‘팬덤’도 늘어나는 시장 환경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이러한 ‘이념 마케팅’ 전략의 효율성은 확실히 드러난다. 정치성향을 처음 묻기 시작한 2016년 1분기 MBC 선호층의 진보-보수 불균형은 14%포인트 정도여서 KBS(22%포인트)보다 오히려 작았다. 이 당시 MBC 선호도는 13%로 KBS(27%)의 절반 수준이었다. 마찬가지로 당시 진보-보수 불균형이 3%포인트에 불과했던 SBS의 선호도는 7% 정도로 KBS의 4분의 1, MBC의 2분의 1 수준이었다. 지지 정당의 불균형을 보면 MBC의 경우 진보와 보수 정당 지지층 차이가 2013년과 2024년 사이 10%포인트에서 46%포인트로 약 36%포인트 증가한 반면 KBS(31%포인트→30%포인트)와 SBS(2%포인트→12%포인트)는 변화 폭이 훨씬 작았다. 같은 기간 KBS와 SBS의 선호도는 각각 3분의 1(41%→15%)과 2분의 1(12%→6%) 수준으로 낮아졌다.
참고로 손석희 사장을 영입하며 급격한 ‘좌클릭’을 시도했던 jtbc가 2017년 1분기 무려 44%의 선호도를 기록했을 당시에도 진보-보수 불균형은 40%포인트, 지지정당 불균형은 64%포인트에 달했다. 현재 선호도가 5% 수준으로 하락한 jtbc의 정치성향과 지지정당 불균형은 21%포인트와 18%포인트였다. 시장이 선명성 경쟁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금년 2분기 조사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결과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즐겨 보는 채널이 없다”고 답한 점이다. 전체 응답자의 거의 3분의 1(28%)에 해당하는 역대 최고치였다. MBC, KBS 등 두 공영방송을 즐겨 본다고 답한 응답자의 약 1.3배와 1.9배에 달했다.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3년 1분기 10%에서 약 3배로 늘어난 것이며 이 수치가 처음 20%를 넘긴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4분기다. 공영방송을 포함한 대다수 유력 언론이 유튜버와 이념 마케팅 경쟁을 펼치는 언론 정치화의 종착역은 공멸이 아닐까.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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