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하듯…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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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명미(74)는 마치 유아기의 어린아이가 그렸을 법한 과감한 화면을 시도하는데, 이는 그 자체로 '이런 그림도 현대미술에선 통한다'를 입증한 파격적이자 선언적인 전위다.
그는 이우환, 박서보 등과 함께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운동 1세대 작가에 속한다.
이명미는 한국현대미술사 속에서 '여성작가'의 역할과 계보를 연구할 때 첫 번째로 꼽아야 하는 몹시 중요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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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韓 실험미술운동 1세대 작가
소녀의 흐릿한 눈… 그려지지 않은 입…
드로잉 통해 관람객에 끊임없이 질문
일상 속 놓치고 있는 변화 깨닫게 해
“뭐야? 꼬마 아이들이 끄적거린 건가?”
그의 드로잉은 단순한 선과 색의 조합이 아니라, 우리가 한눈을 팔 때마다 형태가 바뀌고 새로운 의미가 드러나는 미로와도 같다. 작가는 날마다 드로잉을 통해 꾸준히 변화하는 세계를 탐구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모든 것이 조건에 따라 움직이고 뒤바뀌며, 고정된 형태라곤 하나도 없다. 마치 우리가 무엇인가를 정의하려 할 때마다 그것이 살짝 비껴가는 것처럼, 이명미의 드로잉은 경계 사이에서 생동감 넘치는 춤을 춘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추구하는 경계의 미학을 알리고 나선다. 드로잉은 그의 가장 가깝고도 신선한 끄적임으로, 일상을 떠도는 재료들 가운데서 생생한 감각과 풍부한 지각을 순식간에 낚아채는 최전선의 현장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숨바꼭질 놀이처럼, 관람객을 끊임없이 움직이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명미의 독창적인 시선을 타고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그의 드로잉 속 숨바꼭질은 일상 속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고, 이미 익숙해진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들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계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일깨운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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