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금사과’ 안꺾일텐데”...이상기후 대응 연구는 하세월, 이유는
15년 걸리는 품종교배론
급변하는 날씨 못 쫓아가
유전자 변형기술 활용 필수
정부 위해성 심사 면제 등
22대국회서 법개정 재추진
대구 군위에 있는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국내 유일 국가기관 사과연구소인 이곳 27만8000㎡(8만4000평) 재배 용지에는 30여개 사과 품종이 빼곡히 들어찼다.
최근 연구진이 집중하는 분야는 기후공습 대응이다. 온대과일인 사과가 급격히 아열대화하는 한반도에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신품종을 내놓는데 주력하고 있다. 착색 문제를 덜기 위해 아예 황녹색(황옥)이나 노란색 품종(골든볼)을 개발했고, 최근에는 과수원 온도를 낮출 수 있도록 스마트폰으로 냉수를 살포할 수 있는 무인 스마트팜 기술도 확보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품종 교배는 수천번 교배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신품종을 내놓는데 10~15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품종 교배 기술만으로는 기후 공습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진청이 2011년 품종 개량을 통해 기후 온난화에 대비해 내놓은 배 품종 ‘기후 1호’가 대표적이다. 온난화에 대응해 겨울철 고온에도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품종을 개발했지만, 13년이 지난 지금도 실제 유통량은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기후 변화에 강한 대신 얼룩덜룩한 외관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농업계에서는 품종 개량과 더불어 보다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전자 변형 기술의 물꼬를 터주는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유전자 형질 전환 기술은 규제에 꽉 막힌 상태다. ‘유전자변형생물체법(LMO법)’상 유전자를 변경한 농작물을 비롯한 LMO를 개발할 때는 중앙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최근 농진청이 가뭄 내성이 있는 콩 종자 개발에 나서려고 했다가 결국 국내 법 규제를 피해 남미 우루과이에 연구실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에서는 아예 연구를 시작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한 대형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전자 변형 실험 규제가 강하다보니 R&D활동을 할 이유가 없다”며 “품종 개발 위주로 연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신규 LMO 연구 승인을 완화하고, 위해성 심사를 면제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환경 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했고, 관련 법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환경단체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면서 22대 국회에서 LMO법 개정 재추진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신규 유전자 변형 연구가 자연적인 돌연변이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경우에는 위해성 심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유전자 변형 생물체 위해 정도에 따라 개발과 실험활동을 승인 대상과 신고 대상으로 구분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담길 전망이다.
최정윤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유전자 변형에 대해 농업계와 소비자단체, 산업계가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투명하게 관련 논의를 공개하고 내용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 공습에 대비해 수산물 연구 개발 필요성도 강해지고 있다. 온난화에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양식과 채취가능 시기가 짧아지며 국민 소비가 빈번한 김 생산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수산물 연구에서는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난서고 있다. 풀무원은 2021년부터 육상에서 김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나서,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김 육상양식 허가를 따냈다. 바다와 똑같은 생육 환경을 만든 수조에서 재배하는 방식이다. 풀무원은 현재 월 10kg 이상의 육상양식 물김을 생산 중인데, 해상 양식과 달리 품질이 일정한 물김을 1년 내내 생산할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고수온 내성 우수종자를 개발하고, 외해와 육상양식 기술 개발을 확보해 생산량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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