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주지 않는 임산부석 “양보 부탁도 민망 ‘새벽 출근’ 합니다”

이동준 2024. 7. 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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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는 서 있는 게 불편한 임산부를 배려해 '임산부 배려석'이 있다.

앞서 이처럼 배려받지 못하는 임산부들을 위해 임산부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하자는 시민 제안이 나왔다.

즉 시민들의 의식으로 이용되는 배려석이므로 임산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앉더라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설치 취지처럼 임산부가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는 등의 시민의식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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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받으면 정말 고마워”
한 젊은 여성이 임산부석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그에게 임산부임을 알리는 배지는 없었다.
지하철에는 서 있는 게 불편한 임산부를 배려해 ‘임산부 배려석’이 있다. 이 자리는 도입된 지 10년이 됐지만 ‘제 기능을 못 한다’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매일 20여건의 민원이 접수돼 연간 7000여 건에 달한다.

8일 세계일보와 만난 임산부 A씨도 이런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양보받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서울시 공무원인은 그는 오는 10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A씨는 “아기와 만날 날이 다가오면서 기쁨이 충만하지만 출근길에 오를 때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임신 중기 이후부터는 태아와 자궁이 커지면서 갈비뼈의 통증이 심해진다. 또 위장이 눌리면서 소화불량을 겪기도 한다. 이때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결림 등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조금만 걷거나 서 있어도 고통이 느껴진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 자리를 양보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만원인 데다, 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임산부석 앞에 서도라도 자리를 양보받는 건 극히 일부라고 그는 말했다.

실제 지난 2주간 세계일보가 지하철을 이용하며 임신부석 이용을 지켜본 결과 임신부가 자리에 앉은 건 단 한 건에 그쳤다. 임신부들은 임산부임을 알리는 ‘배지’를 가방이나 옷에 부착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A씨는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조기 출근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공직사회에서도 지정된 시간보다 늦게 출근하는 건 문제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A씨는 “예비 엄마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임산부 배려석을 두고 불만이 쏟아진다”면서 “정작 필요할 때 이용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A씨가 알려준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경험담이 이어졌다.

이어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말하기도 눈치 보인다”며 “특히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앉아 있을 때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젊은 여성은 나은 편이지만 휴대폰을 보거나 잠자는 등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며 “만들어진 취지처럼 임산부가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릴 비워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이처럼 배려받지 못하는 임산부들을 위해 임산부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하자는 시민 제안이 나왔다.

최근 서울시 정책 제안 사이트 ‘상상대로 서울’에는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제안자는 “임산부석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일반좌석으로부터 배려를 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카드 태그 인식기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임산부들은 보건소 등으로부터 임산부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그는 이 카드 없는 착석이 감지되면 ‘삐’ 소리와 함께 ‘임산부 카드를 태그해 주시기 바랍니다’ 등의 음성이 나오며 불빛까지 깜빡이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시민 제안에 대해 서울시는 난색을 표했다. 자칫 갈등이 더 유발될 수 있고 장치를 당장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산부석은 2013년 서울시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임산부 배려석은 노약자 보호석과 같은 성격이다. 즉 시민들의 의식으로 이용되는 배려석이므로 임산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앉더라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설치 취지처럼 임산부가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는 등의 시민의식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사진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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