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모빌리티 시대 교통의 편익
요금 할인, 무제한 정기권, 100원 균일가, 고령층 무료….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경쟁을 벌이듯 다양한 교통 정책을 고안하고 있다. 새로운 철도나 도로를 뚫지 않고 주민들의 이동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들이다. 과거 사람과 물자의 빠른 이동에 초점을 맞췄던 교통의 개념 역시 달라졌다. 수송 수단의 ‘교통’(transport)에서 이동 자체에 의미가 큰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를 쓰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많은 인원을 빠르게 수송하기 위한 교통은 정부가 구축해야 하는 대규모 기반시설이었다. 반면 모빌리티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이동을 위한 수단과 경로, 시간 등을 개인이 선택하는 서비스에 가깝다. 속도뿐 아니라 목적, 상황에 맞춘 이동이 중요하다.
교통에 대한 행정의 관심과 시민 호응은 인구감소·고령화와도 맞물려 있다. 수요·공급만 따져서는 이동권을 지킬 수 없는 지역들과 주민들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재택근무는 출퇴근길에 ‘버리는 시간’을 용납할 수 없는 세대를 만들며 교통 역시 삶의 균형을 위한 도구로 바꿔놓았다. 기후위기 측면에서도 대중교통·자전거·보행을 강조하는 ‘대자보 도시’라는 구호가 주목받는다.
이 같은 시대에 교통은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하는 산업화 도시는 자동차와 속도를 위한 공간이 설계됐다. 이에 행인의 걸음걸이는 20여년 만에 평균 10% 이상 빨라졌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성장세는 꺾였고 시민들은 늙어간다. 이미 1990년대 대중교통 지향형 설계(transit-oriented design)가 등장해 이동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구조를 궁리하는 국가도 많다.
모빌리티로 전환된 교통의 핵심은 이동의 선택권이다. 기술이 발전하며 승객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도 한몫했다. 수요응답형교통(DRT)은 선택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통해 새로운 수단도 등장할 것이다.
20년 전 청계천 복원과 함께 시작된 버스중앙전용차로, 시내버스 준공영제 등 교통혁신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서울. 하지만 이후 시설 투자는 더뎠고 물리적 거리 두기 기간 급락한 대중교통 이용률은 회복되지 못한 채 적자가 불어나는 한계에 봉착했다. 지하철의 노후화, 광역버스 급증에 따른 버스차로 혼잡도도 문제다. 전 세계에 더 편리한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시스템과 첨단 DRT를 도입한 도시들은 많아졌다.
교통 편익에 대한 정의는 사회·경제적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령층에 대한 무임승차, 교통취약 지역에 대한 노선 등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도 현재의 필요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비타당성 등 재원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도 바뀌어야 한다. 기존 교통망과 같이 최대 효능성으로 접근하면 지역의 빈익빈 부익부가 가중될 뿐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편의성과 함께 시민들의 이동권을 최대로 구현하는 교통 복지의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공익서비스 손실보전(PSO) 영역 확대 등 교통 분야에서의 역할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김보미 전국사회부 차장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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