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내파 돌려막기’ 비판에도 ‘원팀, 원스피릿, 원골’ 필요했다
경기 철학·카리스마 등 꼽아
울산 HD 팬 분노는 해결해야
약 5개월 공석인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마지막 최종 후보는 외국인 감독 둘을 포함한 셋. 대한축구협회가 장고 끝에 내린 선택은 ‘국내파’ 홍명보 K리그1 울산 HD 감독(사진)이었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홍 감독을 선임한 8가지 이유를 밝혔다. 무엇보다 중요한 첫 번째 고려사항은 경기 철학이었다. 이 이사는 “홍 감독님은 빌드업 시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용, 비대칭 백3 변형 등을 통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들의 장점을 잘 살려 상대에 맞춰 역습과 크로스를 통한 공격, 측면에서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 다양한 좋은 모습이 나왔다. 대표팀이 지속하고 발전해 나가야 할 경기 템포 조절과 공수 밸런스, 기회 창출 등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 울산의 데이터는 기회 창출, 빌드업, 압박 강도 등에서 1위였다. 활동량은 10위였지만, 이를 다르게 보면 효과적인 경기를 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도 활동량은 하위권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선수들 간의 갈등 문제가 이슈가 됐던 만큼, 강한 카리스마도 대표팀 사령탑 선정에서 우선순위에 있었다. 이 이사는 “홍 감독님이 울산에서 보여준 ‘원팀, 원스피릿, 원골’이 현시점에서 대표팀에 필요하다. 한국 축구가 갖춰야 할 정신력, 조화, 원팀 정신을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이 이사는 지난 2일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등 외국인 감독 최종 후보군과 면담하기 위해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그러나 한 후보는 재택근무 조건, 다른 후보는 이미 몸담고 있는 팀과의 조율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고심 끝에 홍 감독을 최종 적임자로 판단한 이 이사는 귀국 직후 5일 수원FC전을 마친 홍 감독의 자택을 찾아가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 부정적인 뜻을 여러 차례 비쳐왔으나 이 이사의 설득에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는 울산의 협조까지 확인한 뒤 보안을 위해 전력강화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은 채 이사들과 개인적으로 소통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
다만 울산 HD 팬들의 비판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협회는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라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썼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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