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혹시 날 치면 어떡하지"…인도 걸을 때도 '두리번'

이가혁 기자 2024. 7. 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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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사이에서 '보행포비아' 현상 확산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최근 차량 돌진 사고가 잇따르면서 인도를 걸을 때도 주변을 살피게 된다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인도에서도 사고를 당할 수 있단 불안한 마음, 이른바 '보행포비아'가 생겼단 겁니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학가, 인도가 좁고, 경계석 구분도 없어 한 눈에도 썩 걷기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1시간 동안 관찰하니

[지금 까만 차 다 잡았나요? 까만 차 양산 쓴 분을 거의 칠 뻔했어요.]

차가 보행자 옆을 스치듯 지나가거나, 보행자가 차도로 걸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근 상인 : 시속 30㎞로 달리라고 되어있는데 30㎞로 달리는 차가 없어요. 더 세게 달리지. {여기 큰 차도 많이 다니나요?} 대형차, 25톤 화물차 이런 것도 많이 다녀요.]

인도 끝에서 끝까지 폭이 170cm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가 안전 점검 차원에서 조금 극단적인 가정을 해본다면 이렇게 인도에서 고의로든 실수로든 어깨가 밀리면 차와 가까워지는 위험한 상황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윤태현/대학생 : 경계 봉이 있잖아요. 이것도 지금 원래 바깥에 있어야 하는데 도로 폭이 좁다 보니 되게 안쪽으로 들어가 있고.]

심지어 경계 봉이 없는 구간도 적지 않습니다.

아까 그 지점에서 300미터 정도만 올라오면 내리막길입니다.

이렇게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차가 어떤 이유에서든 제대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때 보행자를 보호할 장치가 이 인도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일어나선 안 될, 끔찍한 가정이죠.

하지만 잇따르는 차량 돌진 사고에 보행자들은 이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진짜로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행자 : 이번에 시청역 사고 때문에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급발진 같은 게 생길 수도 있고. 횡단보도 서 있을 때 더 주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 바로 옆 찻길을 달리는 차가, 내가 걷고 있는 인도로 올 리 없다는 그 '오랜 믿음'이 깨지고 있는 겁니다.

그나마 당장 할 수 있는 건 '방어 보행' 입니다.

[장유현/대학원생 : 좀 안쪽으로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차가 이렇게 오고 있으면 되도록 좀 피해서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돼요.]

[남서윤/대학생 : 보통 음악 크게 들으면서 걸어가는데 이제 '노이즈 캔슬링' 기능 끄고 그냥 '주변음 허용 모드'로 걷거나 아예 소리 줄이는 식으로 요즘 다녀요. {'노이즈 캔슬링'을 켜면 외부음이 차단되니까 차 소리를 들으면서 가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려고요. 확실히 이렇게 안전선 안쪽으로 서려고 계속 신경 써요. 차가 다가올 때 '혹시 날 치면 어떡하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울 시청역 인근 버스정류장, 도롯가에 에어컨 빵빵한 실내 대기실까지 있지만 한 남성이 멀찌감치 서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버스 기다리는 시민 : 항상 한눈팔지 말고 조심해야죠. 그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새 사고를 보니까 조심하죠. 사고 난 곳도 엉뚱하게 역방향으로 와서 사고 난 거 아니에요. 누가 그렇게 생각했겠습니까.]

하지만 언제까지 보행자들의 방어 보행에만 맡길 순 없습니다.

실질적인 보행자 안전대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저는 지금 인도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차가 돌진할지 모른다는 전에 없던 두려움도 느껴집니다.

인도는 어떤 경우에도 보행자가 가장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야 합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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