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농가 보호한다더니…정부, 손실 보전 사업 폐지 만지작

안광호 기자 2024. 7. 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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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격안정제’ 업무보고서 삭제
‘수입안정보험제’와 유사 탓 해명
졸속 추진하다 뒤늦게 없던 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농가의 손실 보전을 위한 ‘채소가격안정제’ 사업 내용을 전부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농식품부가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에 반대하며 대안으로 미는 ‘수입안정보험제도’(농가 수입이 기준치 이하면 일부 보장해주는 제도)와 내용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사업을 폐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 5일 농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주요 업무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진행 중인 채소가격안정제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빠진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채소가격안정제는 배추 등 노지 밭작물 7개 품목의 수급안정을 위해 농가에 면적조절, 출하조절 등 의무를 부여하되, 이를 이행하면 도매시장 평년 가격의 80% 수준에 맞춰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농식품부는 지난 3월 ‘2024년 업무보고’에서 농업인의 채소가격안정제 참여를 늘리기 위해 배추와 무 등 중점 품목의 생산량 대비 가입률을 올해 23% 수준에서 2027년까지 35%로, 국고지원 한도도 현재 평년 가격의 12% 수준에서 20%로 각각 끌어올려 농가의 소득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올해 관련 예산도 지난해와 동일한 552억원을 책정한 상태다.

이에 농식품부는 폐지가 아닌 단계적 흡수·통합이라고 해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안정보험제가 내년에 본사업으로 진행되면 대상 품목들이 중복되기 때문에 채소가격안정제 사업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다만 출하 전 면적·출하 조절 등과 같은 수급조절 기능은 일정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소가격안정제의 주요 기능이 기준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는 것과 수급을 조절하는 것인데, 가격 손실 보전 기능은 수입안정보험제로 넘어가고 수급조절 기능은 기존 채소가격안정제로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명칭도 ‘채소수급안정제’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세부 방안은 지난달 출범한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 민·관·학 협의체’를 통해 다음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농식품부가 채소가격안정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한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10년 가까이 시범사업만 하던 수입안정보험을 대안으로 미는데, 준비가 덜 된 사업을 서둘러 도입하려다 채소가격안정제와 유사성을 확인하자 급하게 폐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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