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쇼핑몰에 낚였는데…계좌정지 못시켜 피해자 눈덩이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김대기 기자(daekey1@mk.co.kr) 2024. 7. 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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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놓인 ‘스캠 피해자’
단순한 문자·음성 사기 넘어
수천만원 광고하며 호객행위
범죄 계좌정지는 피싱만 가능
로맨스·투자 스캠은 대상 안돼
해외여행 늘며 숙박사기 급증
가짜 예약링크서 돈받고 잠적
“69만9000원짜리 다이슨 에어랩(스타일러·헤어 드라이어)을 34만~38만 원에 최대 51% 할인 판매합니다.”

중소 온라인 쇼핑몰의 광고다. 이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한 수백명의 사용자 대다수가 피해를 입었다.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가 배송을 미루고 있는데다, 일부한테만 환불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전형적인 온라인 사기인 ‘스캠(Scam)’이다.

정부가 ‘보이스피싱 대응·불법사금융’ 대책을 8일 내놓았지만 사각 지대는 여전히 크다. 온라인 사기꾼은 전화·문자를 넘어선지 오래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이뤄지는 쇼핑몰 스캠, 로맨스 스캠, 투자 스캠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쇼핑몰 ‘이끌림’은 올해 6월 초순 네이버 모바일 첫 페이지에 대대적인 광고를 단행했다.

날씨 정보위에 표시되는 ‘리치미디어 광고’라는 상품이다. 광고주가 남·녀를 선택해 노출할 수 있는 보장형 광고다. 광고비는 휴일 8~24시 기준으로 2시간당 3100만~5100만원에 달한다. 중소 쇼핑몰이 하기에는 큰 금액이다. 해당 광고는 노출 인원을 보장했다. 적게는 700만명, 많게는 2600만명이다. 판매자는 시중가 69만9000원인 다이슨 에어랩을 34만~38만원에, 시중가 1만1000원대 진라면 20개 묶음을 6900원에 내놓고 호객 행위를 했다. 다이슨 제품은 시중가 보다 45.5~51.3%, 진라면은 37% 할인된 금액이다.

하지만 구매자들은 “모든 것이 이상했다”고 설명했다. 한 구매자는 “6월 9일(일요일)에 네이버 메인 광고를 클릭하고 사이트에 접속해 구매했다”면서 “이틀이 11일에 ‘14~18일에 출고하겠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지만, 물건이 오지 않아 사이트에 가보니 질의응답 게시판마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일부는 환불을 요청했고, 일부는 배송을 독촉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판매자는 주문 내역에 ‘카드 취소 완료’라고 적었지만, 카드사는 안됐다고 답변했다. 일부는 “재고 부족 때문에 발송이 미뤄지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6월 초에는 홈페이지 접속마저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판매자는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며 무통장입금을 종용하며 호객 행위를 지속했다. 은행계좌도 변경했다.

사태를 뒤늦게 직감한 피해자들은 ‘대책 모임’을 결성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해당 쇼핑몰에 대해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네이버도 “문제 인식 즉시 광고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광고는 종료됐지만 소비자 피해는 끊이지 않았다.

한 구매자는 “경찰에 신고한 사람 일부만 카드 결제를 취소했고 라면 상품만 배송을 했다”면서 “판매자에 대한 계좌정지를 요청했지만, 쇼핑몰은 보이스피싱에 해당 안 돼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은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시 사기범의 계좌에 대해 금융기관에 지급을 정지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쇼핑몰·로맨스·투자 스캠은 대상이 아니다.

대책 모임 인원은 처음에 500명에 달했지만, 이제 200명 남짓이다. 한 구매자는 “날린 돈과 시간이 아깝다”면서도 “하지만 더 이상 스트레스까지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취재진은 판매자에 수차례 연락을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해당 업체는 또 다른 행각을 준비하고 있다. 업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플루언서를 모시고 있다”면서 “SNS로 돈 벌기, 공구, 연령 제한 없음, 인플루언서 플랫폼”이라고 적었다.

온라인 스캠 사례는 이 뿐이 아니다. 검찰은 2021년 인터넷 쇼핑몰 사장 A씨를 사기·유사수신행위법으로 구속 기소했다. 그는 2018년부터 공동구매 사이트 10곳을 운영하며 저렴한 기저귀·골드바로 2만명한테 446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 정보보호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 침해 사고 경험자의 26.4%만 관련 기관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복수 응답으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라는 답변이 70.1%를 차지했다.

스캐머들은 앱에서도 활동한다. 온라인 공유 숙박이 대표적이다.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진짜 숙박 시설을 위장해 돈을 받고 잠적하는 것이다. 부킹닷컴의 안전담당자인 마니 윌킹은 “AI 붐 이후 여행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최대 900% 급증했다”고 했다. 사기꾼은 온라인 숙박 공유 시설에 가짜 숙박 시설 이미지를 올리고 호객을 한다. 이어 신청자를 상대로 가짜 예약 링크가 포함된 피싱 이메일을 발송한다. 해당 사이트를 클릭하면 가짜 웹사이트가 등장하고, 결제 대금을 받아 잠적하는 방식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여전히 숙제다. 취재진은 데이터베이스를 판다는 한 판매자와 접촉했다. 그는 해킹한 ID를 대놓고 홍보했다. 직군, 연령별로 그룹화했다. 1만개당 40만원꼴이다.

판매자는 기자에게 샘플까지 보냈다. “사기가 아니다”는 메시지다. 샘플에 적힌 한 60대 여성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내 정보가 맞다”면서 “개인정보가 어떻게 새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당혹해 했다. 불법 데이터 암상인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제는 가상화폐, 컬쳐랜드 모바일상품권으로 받는다. 해킹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판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 데이터베이스 거래가 대포 계좌·대포폰 등을 이용해 이뤄지고 있어, 수사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개인정보가 공공재가 돼 버렸다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당하고 손해배상 집단소송이 이뤄질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배상자로 인정해주는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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