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김병진 ㈜로운인사이트 상임특임위원 2024. 7. 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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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로운인사이트 상임특임위원

지난 6월 27일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확정됐다. 내년도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은 24조8000억 원으로 과학기술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올해 주요 R&D 예산 21조9000억 원에 비해 3조 원 가량 대폭 증가됐을 뿐만 아니라 이전 최대 규모였던 2023년의 24조7000억 원보다 1000억 원이 증가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정부는 선도형 R&D로의 체질 전환이라는 큰 정책 방향하에 추진해 온 R&D 투자시스템 개혁을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을 선도형 R&D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고 한다. 정부는 세부적으로 최초·최고에 도전하는 혁신도전형 R&D에 1조 원, 국가의 혁신을 견인할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게임체인저 기술 R&D에 3조4000억 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R&D 2조1000억 원, 기초연구 2조9000억 원 등 선도형 연구생태계 조성을 위해 6조 원 이상을 투자해 국가 R&D의 혁신성과 효과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 했다.

급속한 기술 발전 속에 과학기술 역량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기술패권 시대에 국가 미래를 열어줄 혁신기술에 대한 집중투자는 필수적이며 혁신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그간 우리나라가 유지해 온 추격형 R&D에서 선도형 R&D로의 시스템 전환은 꼭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은 국가 혁신 관점에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번 발표를 보면서 매우 큰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역 R&D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다. 내년도 정부 R&D 전략에서 지역이 소멸돼 버린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매년 3월에 발표하는 국가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을 발표함에 있어 지역 R&D에 대한 투자 방향을 제시해 왔으나 2025년도 투자 방향에는 그와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투자 방향에 준해 배분하는 예산(안)에서 지역 R&D가 소멸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히 예견된 결과이다.

수도권 집중에 의한 지방소멸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꼭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정부는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지방이 주도하는 첨단전략산업 중심 지방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기회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등 4대 특구를 통해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과학기술 혁신역량이 국가 경쟁력의 중심에 있듯이 지역에서도 과학기술혁신 역량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 과학기술혁신 역량도 양극화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2022년 지역 과학기술혁신 역량 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역별 과학기술혁신 역량 수준은 경기 서울 대전 등 상위 3개 시·도 외의 어느 곳도 전국 평균수준이 되지 못하며 4위 지역인 경북조차도 3위인 대전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등 극단적인 수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과학기술혁신 역량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이후 경기와 서울의 혁신역량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데 반해 그 외 지역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출연연구소가 밀집해 있는 과학 수도 대전조차도 혁신역량의 하락추세가 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 생각한다면 지역의 과학기술혁신 역량을 높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역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는 지역 스스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혁신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정부 R&D의 주요 임무임을 상기해 중장기적 정책 마련을 해야 한다. 또한 지역의 과학기술혁신 역량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에 기반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요구가 필요하다. 2026년 국가연구개발투자방향에 지역 R&D가 주요 이슈로 부활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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