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자제령'에도 분위기는 '냉랭'…與당권주자들, 링 안팎서 '신경전'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8일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가운데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순) 당 대표 후보가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음)했다며 공격받은 한 후보는 "내부 총질하지 않겠다"며 거리를 뒀고, 원 후보는 "팀 화합을 이끌지 못하는 이에게 당 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와 윤 후보는 한 후보가 해당 논란에 대해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당 대표 후보 및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행사 시작 시간은 오후 2시를 한참 남겨둔 시점부터 합동토론회장 주변엔 지지자들이 모여 서로 지지하는 후보를 연호하는 등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의 '확전 자제령'에 당권 주자 네 명은 숨을 고르는 듯했지만 냉랭한 분위기를 감출 수는 없었다. 이날 합동연설회 시작 전 선관위가 당 대표 후보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한 후보와 원 후보는 눈을 마주치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양 후보 사이 앉아있던 나 후보는 "(두 후보 사이가) 지금 얼음이다. 두 분 싸우지 말라고 내가 가운데 있는 것"이라며 원 후보와 한 후보 손을 잡아들기도 했다. 이를 본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후보자들이 마주 앉아서 서로 간 공감대도 갖고 앞으로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후보들에게 "선거가 끝난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하라"며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본 합동연설회에서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후보는 없었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신경전은 이어졌다.
한 후보는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당 위기 극복과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 총질을 하고 있다"며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느냐. 구태정치에 물들지 않고 피하지 않으며 전쟁하듯이 변화하겠다"고 했다. 이는 '배신의 정치'와 '김여사 문자 읽씹' 논란 등 놓고 자신을 향한 비난을 이어가는 후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나 후보는 "우리끼리 싸우고 갈라치고, 줄 세우고 줄 서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계파정치를 타파하는 정당, 국민에게 줄 서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하며 전당대회가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갈등 구도 양상을 보이는 것을 지적했다.
원 후보는 "아직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 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엔 너무 위험하다"며 한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원 후보는 "최악은 우리 내부에서 싸우는 것"이라며 "당정이 갈라지면 정말 우리는 다 죽는다"고 경고했다.
후보자들 간 신경전은 연설회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윤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김 여사 문자 읽씹 관련) 한 후보가 깔끔히 정리하는 게 맞다. 자신이 미숙했다며 한마디로 사과하든지 그런 입장을 당원과 국민께 보여드리고 끝내야 한다"고 했다. 나 후보도 "(김 여사 문자 메시지의) 내용의 여러 가지 해석의 논란을 뛰어넘어서 (한 후보가) 소통할 기회를 차단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을,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그래서 당연히 사과하고 논란을 끝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한 후보는 "어떤 부분을 사과해야 하느냐"며 반박했다. 한 후보는 이날 연설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만약 사적 통로를 통해서 주고받았다면 문자가 오픈됐다고 해보자. 야당이 국정농단이라고 하지 않았을까"라며 "공과 사는 분명해야 한다. 저는 당 대표가 돼도 영부인님과 당무 관련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 후보를 향해 "(총선) 당시 김 여사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건데 그때 왜 아무 말 하지 않았느냐"며 반문했다.
한 후보는 자신이 친인척과 공천을 논의했다고 주장한 원 후보를 향해 "전혀 그런 사실 없고 그런 냄새만 풍기는 것은 구태다.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같은 것"이라며 "저는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는데, 네거티브하려고 한다면 머릿속에 쭉 떠오른다. 참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원 후보는 이날 연설회를 마치고 "공방이 될 수 있는 건 당분간 자제해달라는 선관위 방침에 따르겠다"며 그동안 한 후보 공격에 앞장서 온 것과 달리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합동연설회 직전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당원과 지지자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합동연설회가 열리기 전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 대학생 청년위원회 소속 당원들은 "광주 대학생 청년은 광주를 소외시키는 한동훈 후보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총선 끝나고 광주에 언제 왔습니까", "필요할 때만 선택적으로 광주 언급하는 한동훈 사퇴하십시오" 등이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에 한 후보의 지지자와 일부 유튜버들이 침묵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며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한 후보 지지자들은 "이러지 마시라. 피켓 내려라"라고 외치며 침묵시위를 하는 당원들을 가로막았다. 한 유튜버는 이들이 들고 있던 현수막과 피켓을 찢기 위해 달려들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충돌은 한 후보 캠프 측 관계자들과 합동연설회 진행요원들이 나서며 잦아들었다.
이날 침묵시위에 참여한 A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호남과 광주를 더 많이 찾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에 호남권을 당선권에 배치하지 않았다"며 "저희가 지난 총선 기간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후 한 위원장을 보호하기 위해 빨간 마스크를 쓰고 경호도 했다. 저희 입장에선 서운한 마음이 크고 유감을 표명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첫 합동연설회를 마친 국민의힘은 오는 10일 부산, 12일 대구에서 각각 합동연설회를 이어간다.
광주=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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