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위 소환된 블랙리스트…용호성 차관 "관여 안했지만 사과"(종합)

장병호 2024. 7. 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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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서 여야 공방
야당 "용 차관 임명에 문화예술계 위축"
용 차관 "검찰 조사 무혐의…책임 느낀다"
유인촌 장관 "블랙리스트 반복 안 될 것"

[이데일리 김미경 장병호 기자] 22대 국회 출범 후 여야 소속 위원 모두가 자리한 첫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 사건이 재소환됐다.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는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사태와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았던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차관의 임명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소폭 단행한 개각에서 문체부 1차관에 용호성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을 임명했다.

국회 문체위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체위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현안 등에 대해 질의했다.

오전 회의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향해 “새로 임명된 용호성 차관에 대해 문화예술계에서는 부적절한 인사라며 반발이 심하더라. (이번 인사에) 찬성했냐”고 되물었다. 이에 유 장관은 “찬성하고 말고 할 게 없다. 대통령실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답했다. 민 의원이 다시 “장관에게 묻지 않나. 찬성했느냐”고 재차 묻자 유 장관은 “찬성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블랙리스트 사태 관련) 수사 자료에 다 나와 있다. (차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용호성 차관을 향해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이 과정에서 불령선인을 소환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유 장관에게 “불령선인(일본 제국주의자들의 말을 따르지 않는 조선인)에 대해 아느냐”고 물으며 감시 사찰 관리하는 지금의 블랙리스트 명단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부활한 ‘책임심의제’와 용호성 차관 임명을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위축감을 느끼고 있는 게 과장일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자 유 장관은 “위축감까지 느끼지 않으셔도 된다”고 맞받아쳤다.

강 의원은 용 차관의 인사에 대해서도 “불문 경고를 받으면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 포상이나 수상 실적 없이 차관이 된 게 맞냐”고 의혹을 제기하자 용 차관은 “인사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김승수 국민의힘 위원은 “불문 경고는 가장 낮은 징계 수준”이라며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 정무직 임용 관련해서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17년 민관합동으로 꾸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블랙리스트 조사위) 백서는 용 차관이 2014년 청와대 행정관 재직 당시 영화 ‘변호인’을 파리 한국영화제 출품작품에서 배제토록 지시했고, 2015년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으로 파견돼 박정희 풍자극 ‘개구리’를 만든 특정 연출가를 공연에서 배제토록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유인촌(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후 회의에서도 용 차관을 둘러싼 블랙리스트 관련 공방은 이어졌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용 차관에게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 내용 및 결과를 질의했다. 이에 용 차관은 “검찰 조사를 2번 받았다. 1차 조사는 주한영국문화원장 시절 소환돼 한 달 반 조사를 받았고, 참고인 조사로 마무리돼 근무지로 복귀했다. 2차 조사는 지난 정부에서 도종환 전 장관이 수사를 의뢰했는데, 두 가지 혐의 중 하나는 무혐의, 다른 하나는 입건 유예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한 “2017년 상반기에 받은 감사원 감사 또한 전부 소명이 돼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블랙리스트 백서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용 차관의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를 조목조목 따졌다. 그러나 용 차관은 관련 혐의 모두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용 차관은 “그 당시 어떤 역할을 했든 어떤 맥락이 있든 그 부분으로 상처받은 분이 있고, 피해를 받은 분이 있다면 그 시기 문화정책을 담당한 관료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 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자숙하며 살아왔다. 지금이라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사과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용 차관과 함께 블랙리스트 백서에서 문화예술인의 지원 배제에 관여했다고 언급된 유 장관은 “나 자신도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였다”고 주장했다.

유 장관은 이기헌 민주당 의원이 블랙리스트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는 한 영화감독의 사례를 언급하자 “실제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발생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저도 많이 잘렸고 배제됐다”며 “이 자리에 오기 1년 반 전에 외국에서 공연하는 것도 잘렸다”고 말했다.

또한 유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영 논리에 따라 피해를 입혀왔다”며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니 믿어주고, 정말 미래를 향해서 같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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