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병원’부터 찾던 관행 사라졌다…2차 병원(종합병원) 매출 증가세

김진룡 기자 2024. 7. 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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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이탈 뒤 부산지역 2차 25곳에 환자 분산

- 작년보다 병동가동률·수술 급증
- 대형병원 쏠림 줄고 역할 분담
- 1~3차 의료전달체계 정립 분석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지역 종합병원이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의정갈등 기간 전공의가 이탈한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1, 2차 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는 환자와 가족이 늘면서 종합병원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의정갈등의 여파로 1, 2, 3차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가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한 가운데 2차 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린다. 사진은 8일 부산지역의 한 종합병원이 환자와 가족으로 붐비는 모습.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8일 부산의 A 종합병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래·입원환자가 각각 9%와 16% 늘었고, 수술 건수도 21%나 많아졌다. 병상가동률도 67%에서 75%로 증가했는데, 일반환자 병상(68%→75%)보다 중환자 병상가동률(36%→64%)이 훨씬 높아졌다. 이 병원 관계자는 “지난 1~2월을 뺀 3~6월을 놓고 보면 모든 수치가 훨씬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입원 대기도 매일 수십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역의 다른 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B 종합병원의 환자는 같은 기간 10% 증가했다. 병실가동률과 수술 건수도 각각 8%와 13%나 늘었다. 이에 매출도 10% 올랐다. 이 병원 관계자는 “외래 진료를 앞둔 환자가 대기하는 공간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주로 금요일이나 주말보다 월요일에 환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산지역 대부분의 종합병원이 환자 수와 수술 건수 증가 등으로 비슷한 매출 증가세를 보인다.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대신 종합병원으로 분산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또 2차 종합병원이 붐비니, 이곳 대신 1차 병·의원을 찾는 환자도 늘었다. 부산지역에는 ▷3차 상급종합병원 4곳 ▷2차 종합병원 25곳 ▷1차 병·의원(의원급 치과·한의원 제외) 2622곳이 있다. 이른바 ‘빅4’로 불리는 3차 상급종합병원은 부산대병원과 동아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고신대 복음병원이다.

척추·관절을 전문으로 하는 부산의 C 병원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수술 건수가 1.5배~2배 늘었다. 상급종합병원에 가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져 1차나 2차 병원으로 가는 환자가 그만큼 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살펴봐도 상급종합병원의 입원환자 수가 줄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첫 주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는 2만3745명이었는데, 이는 전공의 이탈 전인 지난 2월 첫 주의 71.7% 수준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2858명이었는데, 지난 2월 첫주의 86.2%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는 확실히 줄었다. 외래 진료를 보려는 환자도 제때 검사나 치료를 받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1, 2차 병원으로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의정 갈등이 역설적으로 국내 의료전달체계를 자리잡게 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2차 종합병원에 과도하게 환자가 몰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센텀종합병원 이사장인 박종호 부산시병원회장은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2차 의료기관이 소멸되다시피 한 비정상적인 의료체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변곡점을 맞았다. 앞으로도 정상적인 1~3차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평가했다.

부산시병원회장을 지낸 김철 부산고려병원 이사장은 “경증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은 이제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유휴 시설과 인력이 발생해 2차 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도 다른 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 받지 못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는 않다”면서 “1~3차 병원의 의료체계를 잡으려면 대학병원이 중증 환자를 다룰 때 수가를 확실히 높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예산이 부족할 수도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병원 이용 빈도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의료제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사이의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앞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 산하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비슷한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의료기관이 기능에 적합한 질환 중심으로 진료하기 위한 보상체계, 시설인력기준, 진료협력시스템 등을 검토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의료기관이 같은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응급, 희귀질환 진료에 역량을 집중하고, 종합병원 이하 병·의원에서는 중등증 이하의 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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