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하' 신호라도 보낼 수 있을까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4. 7. 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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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인하 변수 속 진짜 변수
환율: 1400원대 3년째 방어
가계대출: DSR 연기 등으로 폭증
물가: 집값·전셋값 상승 축소 반영
美: 연준 9월 금리인하설 오리무중

전국 전셋값이 59주 연속 상승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5주 연속 올랐다. 원·달러 환율 1400원대 저지를 위해서 외환당국은 3년째 매분기 수십억 달러를 썼다. 정책금융과 스트레스 DSR 시행 연기로 가계대출은 급증세로 돌아섰다. 미 연준의 9월 금리인하설의 실체도 모호하다. 그런데도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시장에 보낼 수 있을까. 금리 인하 변수의 진짜 변수를 알아봤다.

한국은행은 7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이날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기준으로는 금리 인하를 논해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올해 2분기 내내 2%대였고(4월 2.9%, 5월 2.7%), 지난 6월에는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4%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률만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 변수 환율=우리 무역수지는 1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만큼 달러 유입이 증가했고, 미국과 우리 금리 차이도 그대로인데 환율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고환율을 두고 "기본적으로 달러가 강세라서 환율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반응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금리 인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높은 환율조차 외환당국이 몇년 동안 안간힘을 써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발표하는 외환당국 순거래액을 보면, 우리 외환당국은 2021년 3분기 이후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한 매분기 수십억 달러씩 환율 방어에 돈을 썼다.

정부가 생각하는 적정 환율선이라는 게 존재하고, 그 수준이 현재의 환율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원화의 가치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 변수 가계대출=가계대출 증가세도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정부 정책의 결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기준금리 이하로 책정하면서 우리 가계대출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자료 | 하나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2월 1조9000억원 줄었고, 3월 4조9000억원 감소했지만,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4월 4조1000억원, 5월 5조4000억원, 6월에는 5조3415억원 증가했다. 7월 들어서는 4영업일 만에 무려 2조1835억원이나 급증했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시장을 떠받치기 위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6조원 규모의 신생아특례대출이란 정책금융을 풀어놓은 데다, 금융위원회가 7월로 예정됐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9월로 연기한 여파로 보인다. 그 결과 금리 인하가 없더라도 올해 가계부채는 지난해보다 5%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변수 집값=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CPI에는 주거비 상승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한국의 물가지수 내 주거비 비중은 2022년 기준 월세 4.4%, 전세 5.4%로 합쳐서 9.8%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주거비 비중은 32%로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래서 현재 우리 CPI 상승률 하락 추세가 과연 현실적인 수준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CPI에서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 항목은 2022년 7월 전체 CPI를 1.1%포인트 상승시켰고, 2023년 1월에는 1.4%포인트 상승시켰다. 하지만 미국 CPI의 같은 항목은 전체 물가를 2022년 7월 2.6%포인트, 2023년 1월에는 3.1%포인트 끌어올렸다(보험연구원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

이같은 차이는 미국이 자가주택의 임대 기회비용을 물가 산정에 포함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 더구나 우리는 월세와 전세금의 상승분도 물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22년 4월 '임대 주거비 변화와 주택공급' 보고서에서 "전셋값은 CPI 상의 상승률보다 실제가 3배 이상 높다"고 꼬집었다.

우리 주택 매매·전세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5주 연속 상승했고,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59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격 변화가 물가에 과소 평가됐다면, 실제 물가 상승률이 정말 내려오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7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뉴시스]

■ 변수 미국=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아직 확실치 않다. 페드와치에 따르면 연준의 7월 금리 인하 전망은 1주일 전 10.3%에서 8일 현재 6.7%로 내려앉았다. 미국 노동시장 지표가 여전히 연준에 확신을 주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4.1%로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지만, 고용 건수는 증가했고, 임금도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미국 CPI는 오는 11일 발표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지난 2일 포르투갈 발언 해석도 분분하다. 파월은 9월 금리 인하론을 묻는 질문에 "오늘은 특정한 날짜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1년 전보다 양면적 리스크가 더 늘었는데, 이는 큰 변화"라고 답했다. 양면적 리스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인플레가 지속되고, 너무 늦게 내리면 경기침체가 오는 상황을 말한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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