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재가 부른 '참사' 오송 지하차도 1년 지나서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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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8일, 충북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스산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1년 전 그날처럼 폭우가 내린 가운데 이날 지하차도에선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서 만난 오송참사 생존자협의회 대표 A(43) 씨는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 시민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까지 도보 행진 '기억과 다짐의 순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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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현장, 노란색 손잡이·인명구조 장비함 덩그러니
참사 생존자 "불안정한 시설들,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겠나" 분개
"허술한 제방, 허접한 두 줄의 핸드레일…1년 동안 뭘 한 건지 묻고 싶습니다"
'오송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8일, 충북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스산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1년 전 그날처럼 폭우가 내린 가운데 이날 지하차도에선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그동안 정부의 재난 원인 조사, 국회의 국정조사를 촉구했으나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참사 1주기를 맞이해 안전사회 건설 다짐을 위한 추모기간을 선포한다. 참사 진상규명이 희생자에 대한 추모이자 재발 방지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텅 빈 지하차도.
길이 685m, 왕복 4차로인 지하차도 초입엔 '수난인명구조장비함'이 설치됐다. 장비를 살펴보기 위해 문을 열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바로 열 수 있는 형태가 아닌, 세 개의 걸쇠를 풀어야 하는 방식이다. 침수 같은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여기서부터 패닉이 올 것만 같았다.
장비함에는 튜브·구명조끼·로프 등이 있었으나, 위급 상황 시 본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튜브·조끼를 제외하고는 사용이 어려워 보였다. 특히 로프는 또 다른 매듭으로 묶여 있었는데, 푸는 방법과 관련한 안내는 보이지 않았다.
지하차도 입구로부터 15m 정도 진입해 보니 두 줄로 길게 뻗어 있는 노란색 손잡이(핸드레일)가 보였다. 침수 상황이 발생하면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이지만, 핸드레일 위치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신장 158㎝인 기자가 침수 상황을 가정하고 직접 탈출을 시도했다. 우선 20-30㎝ 정도의 턱을 올라가야 했고, 아래에 있는 첫 번째 핸드레일을 잡아봤다. 어깨 정도 높이에 있어 키가 작은 어린아이들은 붙잡기 힘들 것 같았다.
발판을 하나씩 올라가 맨 위에 있는 핸드레일을 붙잡고 1분 정도 서 있어 보니, 수만 톤의 물이 휩쓸려 온다면 금방 미끄러질 것처럼 느껴졌다. 지하차도 입구까지 붙잡고 이동한다면 자칫 손을 놓쳐 물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
현장에서 만난 오송참사 생존자협의회 대표 A(43) 씨는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이라고 지적했다.
A 씨는 "참사 당시 직접 걸어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것이 생각난다"며 "핸드레일 두 줄 사이 폭이 커서 위쪽을 잡으려다가 떠내려갈 수도 있고, 아래쪽은 미끄러져 서 있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이어 "가끔 우리 아이들과 사고 현장을 지나쳤으면 어떨까 하는 위험한 상상도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 재개통하려 했다니 한탄스럽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하차도를 뒤로 하고, 참사의 발단 격인 제방을 찾았다.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비가 내리자, 흙 곳곳에는 균열이 생겨 흙탕물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 B 씨는 "지금 '흙깍기' 방식으로 짓고 있다는데, 믿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폭우가 내려 무섭게 밀려오는 미호강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 시민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까지 도보 행진 '기억과 다짐의 순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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