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첫 합동연설회도 '김건희 문자'로 얼룩…한동훈-원희룡 신경전 계속

한예섭 기자 2024. 7. 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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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내부총질로 뭐가 남나" vs 元 "당·정 갈라지면 다 죽는다"

이른바 '김건희 문자 파동' 논란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간 비방전이 극에 달한 가운데, '문자 공방'의 핵심 후보들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당대회를 위한 첫 번째 합동연설회에서도 신경전을 이어나갔다. 한 전 위원장은 본인을 향한 공격을 "내부 총질"이라고 비판했고, 원 전 장관은 "당·정이 갈라지면 다 죽는다"며 당정일체론에 힘을 실으며 '읽씹' 논란을 간접 부각했다.

한 전 위원장은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지역 합동연설회 정견발표에서 "혹시 지금 분열하고 있지 않은가,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당 위기 극복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총질을 하고 있지 않은가" 물으며 "그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는가"라고 꼬집었다. "저는 그러지 않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는 최근 한 전 위원장이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문자를 묵살했다는 논란을 소재로 연일 한 전 위원장에게 강공을 퍼붓고 있는 원 전 장관을 겨냥한 말로 보인다. 원 전 장관은 전날 한 전 위원장이 친윤계 측의 '김건희 문자' 공개를 두고 '당무개입'설을 시사하자 "잘못을 감추기 위해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해당 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연설에서 한 전 위원장은 본인을 향한 공세와 관련 "제가 인내하겠다"며 "이런 구태 정치에 물들지 않고, 피하지 않고 전쟁하듯이 변화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원외당협위원장들의 '한동훈 사퇴 촉구 연판장' 움직임이 알려지자 본인 SNS에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고 쓴 바 있는데, 이날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셈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어 "제가 대표가 된다면 우리 국민의힘에는 오직 한 계파만 있을 것"이라며 "바로 '친국'이다. '친국가', '친국민', '친국민의힘' 만이 있을 것"이라고 해 '친윤' 계파정치에 대한 본인의 기존 비판성 발언도 이어갔다. 당내 정치적 보신주의를 비판하는 용어 '웰빙정당'을 언급하면서 "제가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은 절대 웰빙 안 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발표회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문자논란을 겨냥 "오로지 저를 전당대회에서 막아 보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만들어진 계획"이라며 해당 논란이 네거티브 공격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문자 '읽씹'에 대한 입장도 "저는 당 대표가 된다면, 됐을 때도 영부인님과 당무와 관련해 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인의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일각에서 '김건희 사과 불발' 책임론이 이는 것에 대해서도 "제가 (사과 요청을) 안 했으면 문제지만, 대통령 대국민 담화 전에도 (사과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며 "그리고 당시 대통령에게 (사과를) 안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통로로 전달 받은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상호 존중하는 당정관계를 만들겠다" "윤석열 정부를 끝까지 성공시키겠다"고 말해 상대 후보들이 제기하는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에는 재차 선을 그었다.

한 전 위원장은 또 앞서 원 전 장관이 자신을 향해 '가족 등과 사천 논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에 말한다. 그런 게 있으면 즉시 후보사퇴한다. (원 전 장관도) 거짓말이면 책임을 지셔야 하지 않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가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윤상현·나경원·원희룡 당 대표 후보. ⓒ연합뉴스

원 전 장관 또한 연설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공세성 발언을 남기며 신경전을 이어나갔다. 원 전 장관은 이어진 본인의 정견발표에서 "최고의 팀웍으로 당정이 단합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한다. 최악은 우리 내부에서 싸우는 것"이라며 "당·정이 갈라지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고 말해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에 휩싸인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원 전 장관은 이어 "한동훈 후보는 당의 소중한 미래 자산"이라며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아직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 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한 전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앞서 '문자논란' 이후 '비대위원장이었음에도 당·정 화합을 이끌지 못했다'는 취지로 타 후보들에게 비판 받고 있다.

'원·한 갈등으로 전당대회가 과열되고 있다'며 두 후보 모두를 비판해온 나경원 의원은 이날도 "우리 지금 못난 이 모습으로 이재명의 민주당 이길 수 있겠나"라고 두 후보를 한데 묶어 겨냥했다. 나 의원은 정견발표에서 "그저 우리끼리 싸우고, 갈라치고 줄세우고 줄서고, 절대 안 된다"며 "이게 망하는 전대인가 흥하는 전대인가, 갈라치는 전대인가 하나 되는 전대인가"라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나 의원은 "(대통령과) 맨날 사사건건 충돌하는 당 대표, 또 눈치보며 끌려다니는 당 대표로는 안 된다. 집안 꼴이 되겠나"라며 두 후보의 '비윤', '친윤' 경향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본인에 대해서는 "현역 의원으로서 본회의장서 이재명과 당당 맞설 수 있는 나경원"이라고 원내 지위를 강조했다.

나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서도 현 전당대회 구도와 관련 "국민들에게 비전을 드리고 해야 되는데 이전투구가 너무 심하다"며 "두 분 다 패장인데 말이 없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외부의 적에 맞서 힘을 합쳐서 가야 되는데 우리 당이 지금 너무 분열하고 있다"며 "역시 통합의 적임자는 나경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상현 의원은 이날 "우리 당은 이번에도 호남을 버렸다. 호남을 배신했다. 당규상 스무명 안의 비례대표 안에 5명을 배정해야 했음에도 우린 사실상 그 약속버렸다"며 한동훈 비대위 당시 '호남 홀대론'을 다시 꺼내 눈길을 끌었다. '보수혁명'을 강조해온 윤 의원은 이날 "썩은 기득권을 폭파시켜달라"며 "꼴찌의 기적을 이뤄내겠다" 호소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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