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車 사고 및 관련 범죄 규명·보안 기술 연구하는 ‘단국대 리빙랩’
[IT동아 김동진 기자] 수많은 부품이 맞물려 작동하는 자동차에 최근 고도화된 전자제어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날이 갈수록 복잡성이 더해간다. 자동차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 범죄 규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다. 휴대폰을 연결해 차 안에서 각종 기능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도사린다. 자동차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 범죄 규명, 보안 기술 개발이 중요한 연구 분야로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에 디지털 포렌식과 사이버 보안을 함께 다루는 연구소는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단국대학교가 자동차 디지털 포렌식 원친기술 확보를 목표로 자동차 사이버 포렌식 보안 리빙랩(Automotive Cyber Forensic & Security Living Lab, 이하 리빙랩)을 지난해 말 개소했다. 단국대 죽전캠퍼스 글로컬산학협력관에 자리한 리빙랩을 찾아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 중인지 살펴봤다.
국내 유일 자동차 사이버 포렌식 보안 연구소 ‘단국대 리빙랩’
자동차 중심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면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등의 첨단 기술 탑재율도 올라간다. 과거 자동차 시장에서 마력과 최대토크 중심의 성능 경쟁이 펼쳐졌다면, 이제는 누가 더 달리는 컴퓨터에 가까운 차량을 구현하느냐 여부로 제품 경쟁력이 평가된다.
차량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자동차와 사람, 사물을 연결하는 통신망과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도 커진다.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부터 원격시동과 조종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올바른 작동을 담보하는 소프트웨어 보안에 구멍이 뚫린다면, 운전자의 목숨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안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실제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발생한 지프 체로키 해킹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화이트 해커, 찰리 밀러와 크리스 밸러섹은 정보기술 잡지 ‘와이어드’의 앤디 그린버그 기자와 함께 자동차 해킹을 직접 시연한 뒤 내용을 공개해 충격을 안겼다. 두 해커는 시속 112km로 달리던 앤디의 ‘지프 체로키’를 자동차로부터 11km 떨어진 곳에서 노트북으로 해킹, 마음대로 조종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에어컨을 켜고, 음악을 최대 볼륨으로 올리며 와이퍼를 마구 작동하는 식이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 또한 작동할 수 없었다. 이같은 시연 내용이 알려지자, 지프 체로키 제조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는 140만대에 달하는 차량의 리콜을 발표한다. 자동차 업계에서 해킹으로 대량 리콜을 결정한 첫 사례다.
단국대가 설립한 리빙랩은 자동차 디지털 포렌식과 사이버 보안을 함께 연구하는 연구소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커넥티드카 시대에 발생할 자동차 교통사고 조사와 범죄 규명에 사용될 최신 기술을 연구한다. 2015년 지프 체로키와 같은 해킹 사건이 국내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보안 기술 개발에도 매진한다.
리빙랩은 실제 자동차와 가상의 주행 환경을 접목한 실험 환경을 구축했다. ▲실내 주행 시스템 ▲위치정보 동기화 시스템 ▲충돌 모사 시스템 ▲이벤트 기반 이미지 생성 및 수집 시스템 등의 기술을 활용했다. 이후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분석해 연구를 수행한다. 예컨대 실험실의 실제 차량과 접목된 가상 환경에서 차량 충돌을 일으킨다. 이후 실제 자동차에 탑재한 에어백 컨트롤 모듈을 활용, 에어백이 터지는 순간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리빙랩에서는 자율주행과 일반주행 모두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자동차에 설치한 운전 로봇이 자동차를 운전한다. 일반주행 모드에서는 운전자가 제어하는 차량 정보가 자율주행 시뮬레이터에 적용된다. 리빙랩은 이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차에 탑재된 다양한 전자제어 장치와 네트워크 기술들이 내포한 취약점을 찾아낸다. 이후 보완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시대로 다가설수록 자동차에서 생성된 디지털 데이터가 사고 조사나 범죄 규명에 핵심적인 증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동차 디지털 포렌식 기술은 기존 자동차 관련 범죄 수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매우 중요한 연구 분야다. 단국대 리빙랩 개소식에 국내 최대 로펌 관계자뿐만 아니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연구소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한 이유다.
리빙랩은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에 자율주행 센서를 활용한다.
단국대 리빙랩은 데이터 수집 분석 기업인 씨피식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조사 센서(ACAT, Automated-driving Car Accident-analysis Tool)를 실험 차량에 탑재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ACAT는 자율주행 시스템(ADS),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등 차량에 탑재된 전자 제어 시스템을 종합 분석해 교통사고 당시 상황을 운전자가 쉽고 빠르게 확인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씨피식스는 단국대 우사무엘 교수가 연구한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조사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기반으로 ACAT를 개발했다.
박준일 씨피식스 대표는 “자사가 개발한 ACAT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연방 규정인 사고조사모범기준(MMUCC)을 충족해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며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달리는 차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무엇이 원인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ACAT가 쓰인다. 해당 기기는 자율주행 선박이나 스마트 건설기계로도 확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리빙랩 책임자인 우사무엘 단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자동차가 똑똑해지는 만큼, 다양한 사이버 보안 위협에 노출돼 있다. 차량에 탑재된 각종 전자제어시스템의 오작동 이슈로 발생하는 사고의 위험도 존재한다”며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디지털 포렌식과 사이버 보안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리빙랩에서는 관련 원천기술뿐만 아니라 전문인재도 양성한다. 자율주행 차량의 사고조사와 관련 범죄 수사, 보안 강화를 선도하는 연구소로 지속해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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