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리딩 사기'… 투자사이트 폐쇄해 경찰 추적 따돌려 [진화하는 투자 사기(2)]

강명연 2024. 7. 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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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거점 두고 폐쇄형 SNS 이용
수사망에 포착돼도 대응 '한계'
현지 피해 없으면 수사 협조 난망
범인 잡아도 피해자 구제 어려워
전문가 "선제적 계좌차단 필요"

온라인에서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잠적하는 투자 리딩방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기범들은 텔레그램 등 추적이 어려운 해외 사이트나 폐쇄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경찰 등의 수사를 어렵게 만들는 전략을 취하다. 투자 리딩방 사기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중 수사에 착수에 검거 건수가 늘긴 했지만 사기범들이 해외로 거점을 옮기면 수사당국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찰은 당국의 수사와는 별도로 개인 투자자의 주의를 권고했다. .

■ 병합수사로 일부 성과 냈지만 한계

8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는 투자 리딩방을 비롯한 신종 금융범죄에 대해 병합 수사로 대응하고 있다. 병합 수사는 경찰서마다 수사하는 사건을 동일 범인별로 묶어 시·도청 직접수사부서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국수본은 올 들어 5월까지 주요 금융범죄 3063건을 분석해 78건으로 묶고, 사이버사기 2만3628건은 3829건으로 병합 수사를 지시했다.

문제는 유명인을 사칭한 투자 사기 사건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유명 투자 전문가인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방송인 유재석, 이재용 삼성 회장 등 업계를 막론하고 유명인을 사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사를 가장해 투자 사이트를 유인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여기에 사기범들이 거점을 해외로 옮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의 추적과 수사는 더욱 어려워진 형국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과 같이 국내 수사당국에 비협조적인 해외 서버 및 SNS나 폐쇄형 SNS 등이 이용되고 있어 신속한 수사는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추적이 일정 부분 이뤄진다고 해도 해외 사이트를 폐쇄한 이후 잠적해 더 이상의 추적을 어렵게 만든 사례도 있다. 폐쇄되기 전 문제의 사이트가 확인된다고 해도 우려할 점은 존재한다.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이트 폐쇄를 하려고 해도 해외 사이트라는 점에서 국내에서 차단이 어렵다. 이 경우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보이스피싱 검거율이 늘자 사기범들이 해외로 이동해 범행하면서 수사망을 피했던 것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추세"라며 "해외 피해 사례가 없는 경우 수사 협조를 받기가 사실상 쉽지 않고, 사기범들이 모이는 해외는 수사력 자체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 금융당국 미흡한 대응에 구제 난망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해외 SNS에 광고로 뿌려진 경우 차단이 시급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구글과 메타 측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인력을 동원해 불법·유해 콘텐츠를 삭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범죄조직이 잡히지 않다 보니 생성되는 불법 광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또 삭제가 이뤄져도 일정 기간의 잠복기 이후 다른 SNS에서 재등장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운 좋게 사기범을 잡는다 해도 피해 구제가 어렵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범죄 이용 계좌를 지급 정지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리딩방 사기는 이런 근거가 없다. 금융위원회는 리딩방에서 투자 상품을 추천하는 행위가 사기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유명인 사칭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불가능하다.

정보통신망법은 '비방할 목적으로 명예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규율하지만 유명인을 가장한 투자 유도는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관련 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뒤 22대 국회 들어 재발의됐다. 발의안에 따르면 사칭 행위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 계좌를 선제적으로 차단해 사기범들이 범죄 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대부분 피해자들이 국내 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관리 강화가 필요하지만 아직도 법인 계좌가 너무 쉽게 발급되는 등 금융당국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대응도 중요하겠지만 개인적인 투자 권유에 대한 주의도 중요하다"고 부탁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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