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대학 등록금 정책에 대한 단상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2항과 제3항은 의무교육과 무상교육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고등학교에 대해서도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대학교육 취학률은 2023년 현재 76.2%로, 80%를 넘어서면 대학교육 무상화도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익자 부담원칙 하에서 대학 등록금이 부과되고 있는데 무상화라니 말도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복지국가들은 왜 대학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가? 대학 등록금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자.
대학 등록금은 대학의 총 교육비 가운데 학생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2022년 대학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의 연평균 등록금은 601만원인 반면, 학생 1인당 총교육비는 5803만원이다. 연세대학교의 연평균 등록금은 915만원인 반면, 학생 1인당 총교육비는 3994만원이다. 학생들은 등록금으로 지불하는 비용의 4~10배의 가치를 가지는 교육서비스를 받고 있다. 추가 비용은 공적 지원이나 민간 기부 등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을 원가 관점에서 보면, 전공별로 등록금을 차등화하는 것은 타당성을 갖는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수업이 많은 예술계열이나, 실험이나 임상수업 등으로 실제 학교시설을 많이 이용하는 이공·의학계열이 인문사회계열보다 등록금보다 비싼 이유이다.
대학 등록금 결정에는 원가만이 아니라 교육의 개인적·사회적 기대수익도 고려된다. 예컨대 호주 정부는 8개 전공계열별로 교육과정비용(course cost)과 개인적 수익(private bene-fits)을 고려하여 등록금과 정부보조금의 구성 비중을 결정한다.
개인적 수익이 크다고 판단되면 등록금도 높게 설정한다. 학생분담금 상한액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개인적 수익이 가장 큰 '법, 회계, 행정, 경제, 경영'과 '의학, 치의학, 수의학' 계열이다. 그런데 이들 두 전공계열의 총교육비 대비 등록금은 큰 차이를 보이는데, 법과 경영 전공계열의 총 교육비 대비 등록금 부담률(84%)은 의학 전공계열(32.4%)보다 훨씬 높다.
이는 의학계열의 경우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수익 역시 매우 큰 반면, 법과 경영계열은 상대적으로 개인적 수익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한편 내국인에 비해 유학생에 대해 더 높은 등록금을 부여하는 국가가 많다. 이러한 등록금 차등화 정책은 대학의 추가적인 수입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다. 유학생에게 내국인보다 높은 등록금을 부과하려면 그만큼 대학교육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학은 국제 경쟁력이 있는가? 2023년 6월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교육 경쟁력은 64개국 가운데 49위로, 교육지표들 가운데 가장 낮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각국 리더들이 평가하는 한국의 핵심 매력 지표는 바로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이다. 우리가 더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 바로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이다.
이제 우리의 대학 등록금정책은 첫째, 고지된 등록금(sticker price)이 아니라 학생의 실질 등록금(net price, 등록금 빼기 장학금)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등록금과 장학금을 동시에 올리면 저소득층에 대한 고등교육 기회의 형평성은 훼손되지 않는다.
둘째, 정부는 등록금 대비 총 교육비를 뜻하는 등록금 환원율에 집중해야 한다. 즉 정부지원과 기부금 등 총교육비를 어떻게 확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대학교육의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 '빚만 떠안고 쓸모 있는 교육도 받지 못하므로 대학은 가치가 없지만 남들이 다 가니 안 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대학의 책무성을 강화할 때이다.
대학 등록금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대학 졸업자가 높은 소득과 세금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대학이 국가와 지역에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케 하는데 있다. 그리고 대학교육의 수익자가 이렇게 사회 전체가 된다면 대학에 대한 공적 지원은 환영받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복지국가들의 대학 등록금 무상화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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