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성근 불송치 면죄부 준 경찰, 채 상병 특검 명분 더 키웠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이 8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불송치 결정했다. 대신 당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장이었던 A여단장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했다. 여러 정황이 임 전 사단장의 법적·도의적 책임을 가리킴에도 ‘수색 지휘 권한이 없었으므로 직권남용도 없다’ ‘채 상병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임 전 사단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 사건을 최초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은 물론 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도 중간보고서에서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을 지시했으며, 이로 인해 무리하게 수중수색을 하다 채 상병이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근거도 여럿 제시했다.
임 전 사단장은 병력이 물에 들어가지 않고 도로 위주로 수색하는 모습을 본 뒤 “(수변에)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아야 한다. 그런 방법으로 71대대가 실종자를 찾은 것 아니냐. 내려가는 사람은 가슴 장화를 신어라”고 했다. 현장 지도를 하면서는 “복장 착용 미흡, 슈트 안에도 빨간색 추리닝 입고 해병대가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가급적 적색 티 입고 작업”이라며 대원들의 외적 자세만 강조했다. 공보정훈실장에게서 수중수색 중인 사진이 포함된 12장의 사진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받아보고는 “훌륭하게 공보업무를 했다”고 칭찬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의 지시는 수중수색을 하라는 지시가 아니었고, B포11대대장이 임의로 수색지침을 변경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전 사단장은 B대대장이 수색지침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가슴 장화를 신고 내려가서 71대대처럼 실종자를 수색하라’는 말이 수중수색을 지시한 게 아니면 무엇인가. 경찰은 수중수색 중인 사진을 보고받은 임 전 사단장이 “훌륭하게 공보업무를 했다”고 칭찬한 것을 두고는 “12장의 사진 중 수중수색 사진 1장을 특정해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 “수중수색 사실 등을 보고받거나 인식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임 전 사단장이 명백히 수중수색 사진을 보고받고 독려성 반응까지 한 사실이 확인되는데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얼버무린 것이다. 설사 경찰 주장대로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 사진을 특정해 인식하지 못했다면, 그것 자체가 임 전 사단장의 안전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임 전 사단장에게 불리한 정황은 애써 눈감거나 멋대로 의미를 깎아내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대통령실이 “채 상병 사건의 본질은 박정훈 수사단장의 항명” “수사기관이 결국 판가름할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국방부의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 기록 회수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국방부·경찰을 조율한 정황도 드러난 터다.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쳤다고 하지만 대통령실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경찰이 대통령실 입맛대로 수사 결과를 내놓았으니 누가 그걸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채 상병 순직사건과 수사 외압 사건을 묶어 수사할 특검의 필요성만 거듭 환기시킨 수사 결과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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