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랑스·영국 총선 좌파 승리, ‘복지·포용·연대’ 가치 높이길
영국 노동당이 14년 만에 집권한 데 이어 프랑스 좌파연합이 예상을 깨고 1당을 차지했다.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7일 총선 결선투표에서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이 577석 중 182석을 얻어 중도파 여권연합인 앙상블(168석), 극우파 연대체인 국민연합(143석)을 앞섰다. 1주일 전 1차 투표에서 국민연합이 1위를 차지하며 충격을 줬지만, 결선투표에서 좌파와 중도의 선거연합으로 극우를 3당으로 밀어낸 결과다. 신민중전선은 과거 집권당이었지만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 후 밀려난 사회당을 비롯해 녹색당, 공산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등 중도좌파부터 극좌파까지 망라한다. 이들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는 못해 2당인 앙상블과 협의해 총리 후보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극우파가 약진하는 흐름 속에서 대의 민주주의 선진국인 영국과 프랑스에서 좌파가 오랜만에 선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당장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는 총리 취임 후 성평등 내각을 꾸렸고, 난민 추방법인 르완다 계획의 폐기를 선언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프랑스 신민중전선도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 폐기와 부자 증세에 의한 재정적자 해소, 공공부문 임금 인상,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 단계에서 두 나라 좌파의 선전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영국 노동당 집권은 보수당의 실정과 극우파 영국개혁당의 보수당 표 잠식,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덕분에 가능했다. 프랑스 신민중전선의 선전도 극우파 집권을 막기 위해 좌파와 중도가 전략적 협력을 한 결과일 뿐이고, 선거연합 내 이견이 좁혀지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이 지난 총선 88석에서 143석으로 엄청난 도약을 이뤄낸 것에서 보듯 극우 집권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좌파는 점점 커져가는 극우 지지의 본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를 지지했던 대다수 유권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초래한 불평등 심화 등 위기를 소수자의 탓으로 돌리며 자국제일주의와 이민자 추방 등을 내세우는 극우에 마음이 쏠리고 있다. 좌우 중도연합은 문제 해결에 실패해왔다. 따라서 좌파는 시장자유화 과정에서 뒤처진 사람들의 불만을 해결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 답은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경제성장과 효율보다 복지와 포용, 연대라는 좌파의 가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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