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신간] 이동성은 삶의 문제다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스트레스 가득한 대도시로 이동
좋은 대중교통 시스템 필요한 이유
출근길 지옥철을 탄 경험이 있다면 대도시에서의 이동이 결코 만만찮다는 걸 잘 알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씩 최적의 교통수단을 고민하고 힘든 이동시간을 견뎌낸다. 대중교통 대신 자가 승용차를 이용한다고 이동이 편한 것도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교통 상황에 도로는 늘 혼잡하고 막히기 일쑤여서다.
대도시에서의, 대도시로의 이동은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편리하고 쾌적한 이동 경험이란 도시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대부분의 도시인은 긴 이동시간을 지옥철 안에서 버티거나, 교통이 편한 곳에서 살기 위해 비싼 집값을 치러야 한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이동 문제로 고통받지만, 살기 위해서는 이동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겪어내며 산다.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는 거대도시로 향하는 도시인들과 이동을 다룬 이야기다.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인 정희원과 철학·교통 연구자인 전현우가 길 위에서 힘들어하는 도시인들을 위해 행복한 이동 방법을 모색한다.
대학 시절 몇시간을 들여 인천과 서울을 오가면서 교통에 관심이 생겼다는 전현우는 20년 넘게 자신의 일상을 지배해버린 교통지옥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도시와 철도를 분석해왔다고 말한다. 노년내과 의사 정희원은 "이동성은 삶의 질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하루 중 일하는 시간과 수면 시간을 빼면 이동시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영역의 두 사람은 '이동'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9가지 주제로 편지를 주고받는다. 각자가 겪는 출퇴근길을 시작으로 '이동과 삶의 문제' '환상을 파는 자동차 산업' '철도의 결핍' '거대도시 속에서 걷기' '비행기 여행' 등 우리 삶 전반을 책임지는 대중교통의 문제점을 함께 고민한다. 나아가 현재의 기후위기 속에 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한다.
"이동으로 인해 스트레스는 늘고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은 줄어드니, 만성적 이동의 고통으로 우리의 건강은 서서히 악화한다." 저자들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좀 더 나은 대중교통 시스템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통 문제를 해결한다면 많은 사람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질 것이며, 예방할 수 있는 질환도 많을 거란 설명이다.
또한 힘든 대중교통을 피해 나만의 교통수단인 자동차를 선호하다가는 탄소 배출량 증가로 기후위기가 가속할 거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의 이동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한다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대중교통은 신체활동을 가져오니 도시민 건강에도 유익하다"며, 자국 내에서는 어디든 대중교통으로 한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싱가포르를 예로 든다.
우리는 거대도시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이 책은 모두가 함께 고민한다면 교통지옥에서 벗어나 기후 걱정 없이 도시인들이 이동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정책적 의사결정과 현명한 자원 분배를 통해 이동에서의 스트레스가 감소한다면, 사람들 삶에 유의미한 효과를 줄 수 있다"며, 개인과 사회 모두가 교통 문제에 대한 상황을 직시하고, 기록하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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