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는 국힘 전대…비전은 커녕 자해극·권력투쟁만

이재우 기자 2024. 7.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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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서 배신의 정치·김건희 문자 읽씹 공방…정책·비전 실종
제2연판장 사태까지…친윤, 친한계로 쪼개져 세력 다툼만
비대위 핵심 관계자 "용산 언급 매듭 짓고 정책·비전 얘기해야"
선관위 핵심 관계자 "네거티브 지속되면 실질적 조치나설 것"
[광주=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윤상현(왼쪽부터),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07.08.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배신의 정치' 공방에 이어 '김건희 문자 읽씹' '제2 연판장 사태'공방 등을 벌이면서 전당대회가 자해극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10 총선 참패에 따른 당 쇄신책 등 정책과 비전을 보여줘야 할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을 뒤로 후퇴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또는 당무 개입설까지 거론되는 당권주자들의 네거티브 공방에 '자해적 행태를 멈춰야한다'는 고언이 나온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전당대회 과열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실체적 처분을 경고하고 나섰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전당대회 초반부터 '대세론'을 등에 업은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이른바 '배신의 정치' 협공에 나섰다. 한 후보 주변에 진보 성향 자문그룹이 있다는 주장도 친윤계 등 당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 후보가 지난 총선 기간에 윤 대통령과 소통하지 않고 당정간 신뢰를 저버렸다고 공격하는 과정에서 '절윤'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한 후보가 '제3자 추천 방식' 채상병 특검법을 주장한 것을 두고도 윤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전대 초반부터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반한동훈' 기치를 내건 홍준표 대구시장도 한 후보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 그게 성공 한다면 윤석열 정권은 박근혜 정권처럼 무너질 것이고 실패 한다면 한동훈은 영원히 정치권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반면 한 후보는 나·원·윤 후보의 배신의 정치 공세에 '공포 마케팅'이라고 맞섰다. 원 후보를 향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탈당한 전력을 꼬집었고 나 후보에게는 "(1차 연판장 사태 당시) 학교폭력 피해자셨는데 학교폭력 가해자 쪽에 서고 계신 것 같다"고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공방은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보낸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취지의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한층 더 격화됐다. 나·원·윤 후보는 한 목소리로 한 후보를 공격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총선 핵심 이슈에 가장 핵심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대통령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정치 판단의 부족을 넘어서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원 후보도 "사건 본질은 영부인이 사과 또는 그 이상의 조치도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는데 당내 논의나 대통령실과 논의에 부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은 채로 뭉갰다는 것"이라며 "선거를 책임진 비대위원장으로서 그때 책임을 다한 것인가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했다.
원 후보는 문자 공개를 요구하며 압박에 동참했다.

반면 한 후보는 "전당대회 개입이자 당무개입"이라며 "6개월 내내 그런 말씀이 없었는데 튀어 나온다는 건, 저를 막으려고 한다,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냐"고 반격했다.

급기야 '제2 연판장 사태'까지 불거졌다. 한 후보는 일부 원외 인사들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추진하자 이를 '제2의 연판장 사태'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섰다. 연판장 사태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친윤계가 주도해 나 후보를 낙마시킨 사태를 의미한다.

결국 여당 전당대회가 친윤계와 친한계로 쪼개져 권력싸움을 벌이는 양상으로 흐른 것이다.

이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당권주자들의 공방에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해 성숙한 선의의 경쟁을 펼쳐줄 것을 새삼 당부한다"고 전했다. 서병수 선거관리위원장도 "칼로 베인 상처는 쉽게 아물지만 말로 베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고 한다"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같은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전당대회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방으로 자해적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에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왜 용산 얘기를 하느냐. 이제는 절제해야 한다"며 "정책이나 비전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관위 핵심 관계자도 "선거 흥행을 위해 선관위가 개입하지 않았지만 이제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후보들간 네거티브가 지속되면 실질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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