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필리핀 상호파병협정 … 대만·인도는 유사시 '中포위훈련'
자위대 곧바로 필리핀행
미·일·필 회의 후속조치
印 내달 다국적 공군훈련
대만은 미사일 발사 연습
일본과 필리핀이 8일(현지시간) 상대국 파병 허용 등을 포함한 '상호접근협정'(RAA·일본명 원활화협정)에 서명했다. 유사시 서로 병력을 파견하고 장비를 간편하게 반입하는 것은 물론, 합동 군사훈련과 재난 구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의 후속 조치이자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장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이 중국을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전후 질서를 지탱해온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에서 벗어나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자위대 창설 70주년을 맞은 올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자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과 필리핀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한 외무·방위장관 협의(2+2회의)를 개최하고 RAA를 체결했다. 필리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잔혹한 점령을 받았지만 점점 더 강경해지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일본과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필리핀과 처음으로 RAA를 맺는다. 앞서 일본은 호주, 영국과 같은 협정을 맺었고, 프랑스와도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2+2회의에 일본 측에서는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과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 필리핀 측에서는 엔리케 마날로 외교장관과 길버트 테오도로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이들은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협정 서명식을 개최했다.
기하라 방위상은 RAA 서명에 대해 "양국 간 협력 관계를 상징하고 방위 협력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해양안보 전문가인 제이 바통그바칼 국립필리핀대 교수는 "필리핀과 일본은 같은 군도이고, 해상이나 도서 간에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필리핀으로서는 자위대와 공동 훈련을 늘리는 이점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협정 체결로 일본 자위대와 필리핀군은 상대국 합동 훈련과 재난 구호 활동 등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일본은 그간 참관국 자격으로만 참여했던 미국·필리핀의 연례 대규모 합동 훈련인 '발리카탄' 등에 정식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자위대 병력이 필리핀에 파견돼 합동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맞서는 필리핀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그동안 원했던 대로 자위대의 해양 활동 반경을 상당히 확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앞서 2022년 1월 호주를 시작으로 지난해 1월 영국과 RAA를 체결하며 국제사회와의 안보 네트워크를 강화해왔다. 이와 관련해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RAA라는 양자 간 협정을 통해 일본 정부가 군사 대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내 여론 반발이 강한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부담 없이 양자 간 협정 방식을 통해 공격을 받았을 때만 자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우회해 자위대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과 인도도 중국의 도발에 대비해 군사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는 인도양 등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10월까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와 공군·해군 합동 훈련을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특히 인도 공군은 오는 8∼9월 자국 상공에서 처음으로 다국적 공군 훈련을 주최한다. 이 훈련에는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구성국인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참가한다.
대만 해군도 남부 핑둥 주펑 기지 등에서 약 한 달 동안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한다고 자유시보 등이 이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대만 해군사령부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한 달간 동부 타이둥, 핑둥 동부 해역과 공역에서 대함·대공 무기 실사격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윤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어떻게 0원서 9300만원이 돼요?”…금투세 도입땐 세금폭탄, 서학개미 어쩌나 - 매일경제
- “신랑이 이 얘기 진짜 싫어한다”…배우 이요원이 받은 질문 뭐길래? - 매일경제
- 시청역 사고 유족 ‘80만원 청구서’ 받았다…“당연” VS “참담” - 매일경제
- “남심 제대로 잡았다”…요즘 아저씨들, 회사에서도 퇴근해서도 ‘이것’과 함께 - 매일경제
- 고연봉 직장인 이달부터 국민연금 보험료 오른다...월 최대 1만2150원 쑥 - 매일경제
- “나도 속아 넘어간건데”…전세 사기범에 당한 공인중개사, 유죄라는데 무슨 일 - 매일경제
- “어두워서 보지 못했다”…전동킥보드 타다 넘어진 대리기사 달리던 차에 ‘그만’ - 매일경제
- “가전을 중국에 뺏기다니”…로봇청소기 시장 탈환 나서는 삼성·LG 전략은 - 매일경제
- “한 박스는 가져가세요”…택배기사에 복숭아 박스 건넨 부부 사연은 - 매일경제
- 울산 김광국 대표이사 “홍명보 감독이 구단에서 보여준 성취 커 국가대표팀 감독 내정된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