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내 ‘로밍발신’ 표시해 피싱 사기 피해 줄인다
앞으로 휴대전화 문자 앞에 ‘[로밍발신]’이란 표시가 붙으면 피싱 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모르는 번호로 ‘엄마, 나 폰 고장 나서 친구 번호로 문자하고 있어’ 같은 메세지를 보낸 후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등 지인 사칭 문자 사기 절반 이상이 해외 로밍 서비스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엔 경계심이 낮은 점을 이용, 해외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일당이 국내 대포폰 등을 통해 사기를 벌이는 식이다. 그동안 해외 번호로 오는 문자에 ‘[국제발신]’ 표시가 붙던 것과 달리, 국내 휴대폰 번호로 오는 로밍 문자에는 별다른 표시가 없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르면 이달 말 이런 내용의 ‘해외 로밍 안내 문구 표기’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8일 밝혔다. 이날 내놓은 통신 분야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의 일부다. 이를 포함해 총 4개 전략, 12개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문자재판매사 자격 강화한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문자재판매사의 자본금 요건을 기존 5000만원에서 3억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불법 스팸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대량 문자 발송은 이동통신사(3곳)→문자중계사(9곳)→문자재판매사(1178곳) 구조로 이뤄진다. 실제 현장에서 가게나 업체, 개인을 상대로 대량문자 발송 영업을 하고 문자를 보내는 주체는 보통 문자재판매사다.
국내 문자 발송 시장은 연 2조원대 규모다. 그런데 일부 문자재판매사가 돈을 벌기 위해 불법 스팸임을 알면서도 보내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사업자 진입을 막기 위해 문자재판매사 등록 요건을 3억원으로 상향해 진입 장벽을 높이기로 했다. 해킹을 통한 문자 발송을 막기 위해 이들 사업자의 정보보호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대포폰 개통을 막기 위해 휴대폰 개통 제한 기간도 늘렸다. 기존엔 30일 내 3회선 개통 가능했다면 이달 1일부턴 180일 내 3회선만 가능하다. 개통할 수 있는 휴대전화 회선 수가 연간 36회선에서 6회선으로 줄어든 것이다. 오는 11월부터는 휴대폰 개통 시 신분 확인 방식도 이름·주민등록번호·발급일자 등만 확인하던 방식에서 신분증 사진 진위 여부까지 판독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문자 내 피싱 신고 버튼 만든다
이밖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를 도용해 인터넷상으로 50건 이상 대량 문자가 발송되면 번호 소유자에게 알림 문자를 주기로 했다. 자신의 번호가 범죄에 도용되지 않도록 돕고, 추가 피해도 막으려는 조치다.
올해 안에 수신 문자 상단에 기존 ‘스팸 신고’ 버튼뿐 아니라 ‘피싱 신고’ 버튼도 도입한다.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범죄 의심 문자를 받았을 때 눌러서 신고하면 된다. 과기정통부는 “빠른 신고를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신고 편의성을 높인 것”이라고 했다.
◇피해 당하면 한번에 조치 가능해진다
보이스피싱 의심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각종 조치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보이스피싱 가드(가칭)’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중 서비스할 예정이다.
예컨대 현재는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금융사에서 피해 계좌 지급 정지를 신청하고, 금융결제원에서 계좌개설 여부를 확인하고, 엠세이퍼 서비스를 이용해 본인 명의의 핸드폰 추가 개통을 막는 등 조치를 일일이 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론 관련 조치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 예정이다.
AI 기술도 적극 활용한다. 현재 SK텔레콤이 개발 중인 ‘보이스피싱 실시간 탐지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전화 통화 도중 상대가 긴급 상황 등을 조장해 개인 정보를 요구하면 실시간으로 ‘보이스피싱 의심’ 알림을 띄우는 식의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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