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갚는 지방 中企·자영업자들…전북·제주銀 연체 '눈덩이'
올들어 전국 곳곳 줄도산 공포
제주 숙박 휴·폐업 1년 새 40배
상반기 중소건설사 16곳 부도
대전·천안 대형마트도 문 닫아
얼어붙은 경기, 지방銀 부실로
전북銀 대출 연체율 1.57% 달해
제주銀 부실 대출 작년 두 배
"하반기 연체율 상승 가팔라질 듯
지방은행 안정 위한 대책 시급"
강원 원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가게를 접기로 했다. 매출이 점점 쪼그라들어 번 돈으로 이자도 갚기 힘든 상황에 놓인 탓이다. 제주도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던 B씨는 올초 문을 닫았다. 그는 “코로나보다 무서운 고금리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대출 이자도 제때 갚지 못하는 지방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이 여파로 서민 금융 방파제 역할을 해온 지방은행마저 흔들리고 있다. 특히 강원, 제주,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지방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권에선 지방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들의 매출 감소와 연체율 상승세가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지방 곳곳 폐업 공포
지방 곳곳이 줄폐업 공포에 휩싸였다. 제주도는 올 들어 휴·폐업에 들어간 숙박시설만 248곳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6곳)과 비교하면 1년 새 40배 폭증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에 엔저 직격탄으로 관광객 발길마저 끊기면서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방 유통업체들도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적자에 허덕이던 홈플러스 서대전점은 결국 이달 폐업을 택했다. 지난 4월에는 이마트 천안 펜타포트점이 문을 닫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파산한 중소 건설사도 부지기수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16곳이다.
제조업 기반의 지방 중소기업들도 공장 가동률 하락과 고금리 여파 등에 시달리다 벼랑 끝에 내몰렸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부산·울산 지역의 현장 체감경기는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제조업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77.3으로 떨어졌다.
부실 부메랑 맞은 지방은행
얼어붙은 지방 경기는 지방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은 악화일로다.
기업은행이 내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는 3조4391억원(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작년 말 대비 한 분기 만에 부실채권이 2500억원이나 늘었다. 지방은행들의 중소기업 연체 대출 잔액 역시 2년 새 3345억원에서 8719억원으로 161% 폭증했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에게 내준 대출은 더 심각하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숙박·음식업종 연체율은 2.16%로 급등했다. 제조업(1.0%)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지역별로 제주, 전북, 강원, 충청 등의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전북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1분기 기준 1.57%에 달했다. 작년 말 1.09%에서 한 분기 만에 0.47%포인트 치솟았다.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통틀어 가장 높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0.2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제주은행의 부실채권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제주은행의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25%로 작년 같은 기간(0.66%) 대비 두 배가량 높아졌다. 가계대출 연체 잔액(251억원)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 잔액(288억원) 모두 역대 최고치로 불어났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가 가장 많은 지역인 강원도의 연체율은 2.60%까지 치솟았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가중평균 방식으로 지방은행의 연체율을 계산하면 2009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지방은행의 연체율 상승 추세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당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밀접 업종과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재원/양지윤/원종환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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