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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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포스와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 선지자'라는 뜻의 신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로메테우스는 쇠사슬로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게 된다.
프로메테우스로부터는 선도자, 개척자, 혁신, 능동, 적극이라는 의미가, 반대로 시시포스에게서는 추종자, 방관자, 매너리즘, 소극이라는 의미가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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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포스와 프로메테우스. 둘 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다. 뚱딴지 같은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필자가 종종 공직자의 자기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을 고민할 때마다 떠올리는 상반된 이미지다. 시시포스는 '시시포스의 형벌'로 익히 알려져 있는데, 신들을 기만한 죄로 산 정상으로 큰 바위를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바위를 정상에 올리면 아래로 굴러떨어져 처음부터 다시 밀어 올려야 하는 무의미한 노동을 반복한다.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 선지자'라는 뜻의 신이다. 제우스를 속이고 꺼지지 않는 불을 인간들에게 전해줘 인류가 발전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로메테우스는 쇠사슬로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게 된다.
두 신화를 공직에 대입시켜 본다. 프로메테우스로부터는 선도자, 개척자, 혁신, 능동, 적극이라는 의미가, 반대로 시시포스에게서는 추종자, 방관자, 매너리즘, 소극이라는 의미가 연상된다. 필자 생각에 과거 우리나라 공직자는 경제 발전과 혁신을 선도하고 앞당기는 프로메테우스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시시포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말이 나온 김에 생뚱맞은 얘기를 하나 더 보태보자.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의 만행을 묵인하는 담임 선생님, 해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등장하는 나치 정부의 관료들이 있다. 둘 모두 역할이 필요한 위치에 있으나 역할을 하지 않고 현상을 추종한다. 반면교사다. 이렇게 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요즘 열정이 넘치는 공직자도 많지만 분명 예전만 못하다. 이유가 뭘까.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 공직자들이 선배들에 비해 책임감, 소명의식, 헌신이 부족한 걸까. 10위권의 경제 대국에 걸맞게 우리 사회 모든 부문의 역량이 커지고 역동성이 줄어든 안정 성장사회로 진입했다. 그사이 공무원의 역할은 자연스레 줄어들고 공직사회도 변화했다. 근래 몇 년간 불어닥친 퇴직 후 취업 제한, 김영란법, 세종시 이전, 공무원연금 개편이라는 사각 파도도 한몫했다.
유엔이 인정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나라,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 외국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방심은 이르다. 저출생·고령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양극화, 기술혁신과 산업 경쟁력, 지방 소멸이라는 과제를 헤쳐 나가야 하고 아직 공무원의 역할이 유효하다. 당장 관료조직과 역할을 분담할 주체가 마땅치 않은 것도 냉정한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난제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공직자들의 프로메테우스 DNA를 되살려 보자. 프랑스의 정치철학자인 토크빌의 언명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치 지도자를 갖는다'에 빗대어 '국민들은 인센티브 수준에 맞는 공무원을 가질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비약이다. 하지만 헌신적인 공무원이 제대로 대우받고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정비해 보자. 뭐니 뭐니 해도 자기 각성이 첫째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공무원도 변화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변화와 적응이 숙명인 시대에 살고 있다.
[임기근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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