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화웨이와 트럼프의 귀환
中기업 규제 더 매서워질 것
美제재에도 강해진 화웨이
5년 절치부심한 강대강 대결
우리 기업에 불똥튈까 걱정
둘 다 더욱 독해져서 돌아왔다. 세계가 주목하는 화려한 부활, 기량이 몰라보게 업그레이드된 것은 물론 강한 맷집과 노련미까지 장착했다. 때로는 적(敵)으로, 때로는 파트너로 만나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훨씬 까다롭고 껄끄러운 상대들이 됐다.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와 '미국 우선주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야기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의 목줄을 더욱 조일 것이다. 화웨이에 본격 규제를 시작한 것이 2019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니까, 약 5년 만의 리턴매치인 셈이다. 남의 나라 기업을 압박하는 게 무슨 상관인가, 우리 기업에 반사이익도 있지 않겠나 하고 넘기기에는 한국도 너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하굣길에 우리 애가 누군가에게 맞고 왔다. 싸웠나 했더니 아니란다. A와 C가 주먹질을 하는데 옆에 있다가 얼결에 맞았단다. 심지어 A가 C에게 날린 주먹에도 맞고 C가 A한테 날린 귀싸대기도 맞았단다. 그 애들은 안 맞고 너만 맞았느냐 했더니 아니란다. 다만 둘 다 덩치도 크고 맷집도 좋아서 맞은 티도 나지 않더란다. 잘못을 따져보려 했더니, 우리 애를 겨냥한 것도 아니고 자기 애들은 멀쩡하다며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나온다. 은근 우리 애가 약해빠져서 그렇다는 분위기까지 풍기니 천불이 난다.
미국 제재 당시 3년간 화웨이를 취재하면서 종종 모골이 송연해지곤 했다. 화웨이는 일찍부터 '반드시 겨울은 온다'며 위기를 준비하던 기업이다. 오로지 고객을 위해 끝까지 싸운다는 '분투(奮鬪)' 정신으로 죽도록 일하고, 한창 잘나갈 때에도 '우리가 고칠 점이 없느냐'를 먼저 물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매일 "화웨이 아웃"을 외치던 시절, 외국계 고객사에 왜 화웨이를 쓰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은 "히말라야 정상까지 통신 장비를 설치해준다는 회사가 거기밖에 없어서"였다. 1년 365일 24시간 근무하며 차가 못 다니면 당나귀와 낙타에 장비를 싣고 어디든 찾아가겠다는데 이런 회사를 어떻게 이기나. 내가 경쟁사 최고경영자(CEO)라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미국의 서슬 퍼런 제재를 5년 넘게 때려맞고도, 보란 듯이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 화웨이 매출은 7041억위안(약 134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1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564%에 달한다. 미국 제재와 코로나로 신음하던 2021년 암흑기를 거쳐 2022년 순이익이 68.7%나 감소했을 때만 해도 역시 안되나 보다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하긴 그해에도 총 연구개발(R&D) 지출은 전체 매출의 25.1%인 1615억위안(약 30조6333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으니 화려한 부활은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화웨이가 자국 기업들과 손잡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한다. 아직 한국과 몇 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지만, 이미 스마트폰 AP칩과 폴더블폰 등 일부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쳤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작년 전문가 좌담회에서 "우리가 20년간 키운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과학의 히말라야산'을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들 역시 화웨이 직원들처럼,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뜻일 게다. 이런 기업을 어떻게 이기나.
비동맹국의 첨단 기술 기업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다음 미국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도 없다. 그러나 화웨이도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뒤다. 중간에서 우리 기업들만 얻어터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이라도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대비에 나서야 한다. 매서운 겨울이 올 것을 뻔히 알면서, 당장 이번주 장마 걱정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신찬옥 글로벌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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