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이제훈 "계속 찾고 선택해 준다면, 끊임없이 연기하고 싶어요" [MD인터뷰](종합)

강다윤 기자 2024. 7. 8. 17: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탈주' 7월 3일 개봉…이종필 감독 신작
이제훈, 자유를 꿈꾸는 북한군 임규남 役
배우 이제훈.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내가 정말 신념을 가지고 인생을 사는 사람인가, 다시 되돌아봤어요. 영화를 너무 사랑하고, 그래서 배우의 길을 가게 됐는데 아직까지는 흔들리지 않고 부족하지만 열심히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훈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 개봉을 앞두고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탈주'는 철책 반대편의, 내일이 있는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규남(이제훈)과 그를 막아야 하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을 건 탈주와 추격전을 그린 작품.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 이종필 감독의 신작이다.

이제훈은 미래가 정해져 있는 북이 아닌, 남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임규남 역을 맡았다. 그는 제대해 봐야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없는 북을 벗어나, 실패할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해 볼 자유가 있는 남으로의 탈주를 오래 준비해 오다 목숨 걸고 실행에 옮기는 인물이다.

배우 이제훈.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날 이제훈은 "캐스팅 제안을 주셨을 때 굉장히 기뻤다. 배우를 꿈꾸고 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이종필 감독님의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 독립영화 작업하실 때 굉장히 주목을 많이 받으셨고, 독창적이고 기발한 스토리텔링으로 독립영화신에 있는 사람들한테 신선한 충격을 많이 주셨다"며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감독님의 네 번째 작품으로 함께 만나게 돼서 너무 신이 났다"고 운을 뗐다.

이종필 감독과 이제훈은 목표하는 지점이 같았다. 빠른 속도, 이야기에 대한 메시지부터 직선적인 영화로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딱 꽂혔으면 좋겠다는 비전까지. 두 사람은 이러한 비전을 서로 이야기하며 공통분모를 공유했다. 그렇기에 '탈주'는 감독과 배우의 큰 이견 없이, 같이 매달리며 촬영될 수 있었다. 이제훈이 생각할 것은 '어떻게 하면 더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뿐이었다.

"규남이 정말 매 상황마다 긴장하고 쫓기고 있고, 계속 장애물을 넘어서며 그다음, 다음을 가요. 심적인 고통과 육체적으로 괴로운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걸 스스로 느껴야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를 좀 더 많이 몰아붙였어요. 그걸 감독님께서 너무나 안쓰럽게 봐주셨지만, 저는 감독님이 연출하시는 작품이니 더 하드 하게 몰아붙여서 만족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배우 이제훈.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만큼 '탈주'는 이제훈의 고생길이었다. 시나리오가 있기에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규남을 연기하며 이제훈이 고민한 점은 하나였다. 장애물을 넘는 규남을 연기하며 이제훈이 바란 것은 하나였다. 관객들이 규남을 향해 '여기까지도 충분히 넌 잘 싸웠어'라고 말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냈으면 좋겠다'라는 응원을 바랐다.

이제훈은 "너무 힘들었던 게 뛰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카메라를 매단 차량을 어떻게 보면 배우가 따라가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차를 따라갈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어떻게 해서든 차를 따라가겠다는 마음이 되게 강했다"며 "너무 헐떡여서 스스로 '이렇게 숨이 멎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경험을 이번 작품을 통해서 좀 했다. 좀 무모하기도 했지만 내가 예상할 수도 없고 스스로 경험하고 체험할 수도 없으니 그렇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좀 무식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매달렸어요. 지쳐서 그냥 바닥에 쓰러져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영화를 보시면 마지막에 해가 지면서 내달리는 산속에서의 장면이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어요. 정말 많은 횟수를 왔다 갔다 했거든요. 다들 그만하면 됐다는데 저는 끝까지 숨이 멎는 순간까지 뛰고 싶은 욕망이 컸어요. 그래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하고 해가 질 때까지 질주했어요. 어떻게 보면 후회 없이 저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 이제훈.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후회는 없었지만 이제훈의 체력과 몸은 많이 상했다. '탈주'를 찍으며 오른쪽 바깥 무릎이 좋지 않게 됐다. 높은 곳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릎이 접히지 않는 일이 생겼다. 병원에서는 많이 썼기 때문에 무리가 간 것 같다며 조심해야겠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제훈 "좀 슬펐던 것 같다"면서도 "다시금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할 것이냐면,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탈주'를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스크린을 통해 정말 마지막 순간, 이곳을 넘어서야 된다는 표현을 진심을 담아서 하고 싶었다. 그 표현이 된 것 같아서 스스로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꺾이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체중 역시 감량했다. 최소한의 단백질과 조금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식단을 했다. 단백질 셰이크를 달고 살았고, 점심과 저녁 시간 밥차를 바라보며 외면하는 가슴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다. 그렇게 키 177cm의 이제훈은 58kg에서 60kg을 유지하며 규남이 됐다. 또 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없는, '탈주'는 그만큼 고생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해내야만 했다.

이제훈은 "규남은 워낙 쉽지 않은 군 생활을 했다. 먹을 것이 있으면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마음씨를 나눠주기도 한다"며 "처음부터 시작할 때 좀 마른 장작으로서 규남이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3개월의 촬영 기간이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더 피폐해지는 규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태까지 한 작품 중에서 가장 먹는 것에 대한 제한을 강하게 뒀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제훈.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극 중 짧게 지나간 전신탈의에도 당연히 이제훈의 노력이 녹아있었다. 눈 깜빡할 사이 지나가지만 그 순간을 위해, 그 육체를 표현하기 위해 준비가 필요했다. 이를 통해 이제훈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군살하나 없는 완벽한 몸매가 아니었다. 굉장히 많이 맞고 쪼그라든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정말 깃털처럼 날아갈 수밖에 없고 누르면 쉽게 없어질 수 있는 뒷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 촛불의 불씨처럼 살아남고 싶어 하고, 두렵지만 희망을 품는 눈빛을 담아내려 했다.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이 유토피아도 아니고, 무엇을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꿈꾸는 것을 시도할 수 있으니까. '실패를 하더라도 할 수 있다'라는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순수함을 표현하려 끊임없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손쉽고 자유롭게 먹을 수 있지만 눈앞에 있는 것조차 외면해야 했고요. 그 어느 작품보다 스스로를 강하게 제안했어요. 너무 괴로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저는 표현하기 어려웠어요. 메서드 아닌 메서드처럼 스스로를 계속 몰아붙였던 것 같아요."

배우 이제훈.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육체적인 어려움뿐만이 아니었다. '탈주'를 준비하며 이제훈은 북한 사투리도 공부했다. 이를 위해 군 생활을 황해도에서 한 20대 초반의 탈북자에게 레슨을 받았다. 북한의 현실부터 군 생활, DMZ를 통한 탈북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미디어를 통해 학습된 북한말이 아닌 실제 20대 초반의 '요즘' 북한 사람들이 하는 말투를 배웠다. 이제훈은 시나리오 대사 하나하나 녹음하고, 촬영장에 상주하며 지도해 준 선생님께 공을 돌렸다.

그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면서 동시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잖아요. 그래도 대화를 하는 장면에 있어서는 요즘 북한 젊은 청년들이 하는 말투를 녹여서 만들어 보자는 의견을 받고 충실히 준비했다"며 "선생님이 북한에서 함께 오신 분들과 시사회 때 봐주셨다. 너무 잘 봤고 사투리도 잘했다고 해주셨다. 그분들이 이상하게 보셨으면 마음에 걸릴 수 있는데 너무 잘 봐주셨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었다"라고 다시 한번 감사함을 표했다.

배우 이제훈.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06년 단편영화 '진실리트머스'로 데뷔한 이제훈은 올해 18년 차 배우가 됐다. 영화 '파수꾼'으로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을 모두 휩쓴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영화 '고지전', 건축학개론', '박열'부터 드라마 '시그널', '여우각시별', '모범택시'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모범택시 2'를 통해 S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대표작을 남긴 배우가 된 만큼 부담감도 있을 터다. 이제훈은 "솔직히 매 작품마다 있는 것 같다. 어떤 평단의 이야기와 대중의 이야기 또 주목과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한 온도가 있지 않나. 항상 '좋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연기를 한다"면서도 "설령 만족할만한 사랑을 받지 못해 좌절, 슬픔이 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을 설득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 크다. 더욱더 열심히 나를 갈고닦고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좋은 이야기를 잘 발견해서 그것을 통한 연기에 대한 표현을 계속하고 싶은 사람이다. 안주하고 싶지 않다. 기회가 닿는 한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계속 찾아주시고 선택해 주신다면, 나는 계속 끊임없이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담담히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