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균 유작 '탈출', 앙상블·액션·스케일 꽉 잡은 여름 재난 블록버스터[종합]

김보영 2024. 7. 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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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왼쪽부터), 박희본, 김태곤 감독, 김수안, 김희원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故 이선균의 유작인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2일 개봉.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당연하게 누비던 일상의 공간이 찰나의 사고로 끔찍한 악몽이 된다면? 절체절명의 연쇄 재난 스펙타클에, 타격 만족 액션, 뜨거운 앙상블, 휴머니즘까지 빈틈없이 채워 넣었다. 올 여름 관객들의 눈과 귀, 마음까지 활짝 열 오감 만족 재난 블록버스터의 탄생이다.

그리운 배우 고(故) 이선균의 마지막 열정, 열연을 고스란히 담은 영화 ‘탈출’이 마침내 국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이하 ‘탈출’)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주지훈과 김희원, 박희본, 김수안, 김태곤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재난 스릴러다. ‘탈출’은 지난해 5월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세션에 초청, 글로벌 프리미어 상영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이후 약 1년이 흐른 지금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어 국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칸에 공개됐을 당시보다 러닝타임이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김태곤 감독은 ““상업 영화 데뷔 전부터 다른 식의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욕망이 있었다”면서 칸 영화제 상영 당시와 비교해 러닝타임이 줄어든 데 대해서는 “어찌 됐건 관객들이 좀 더 긴박하고, 재난 액션스릴러로서 생존하는 사람들의 스피드감을 좀 더 충족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호흡을 더 짧게 정리하다 보니까 러닝타임이 줄어든 것 같다. 칸에서 감정이 과잉된 부분에 대해서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탈출’은 인간의 이기심이 부른 사상 최악의 연쇄 재난 상황 속에서, 고립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역대급 추돌 교통사고가 빚은 나비효과로 인해 붕괴 직전 상태가 된 공항대교에 고립된 ‘탈출’ 속 생존자들은 인간을 살상하는 군사 실험견들의 위협까지 도사리는 극한 상황에 맞선다.

김태곤 감독은 “일상적 공간에 영화적인 요소가 작용했을 때 어떻게 변화하고 관객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까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탈출’ 역시 우리가 공항 갈 때 항상 지나는 일상적인 공간이 어떤 요소로 인해 변질돼 위협으로 다가왔을 때 얼마나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게 할지 고려하며 만들었다”며 “그 안에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그리면 공감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및 기획 의도를 전했다.

(사진=뉴시스)
‘탈출’은 각자 캐릭터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생존’을 목표로 힘을 합해 빚어내는 유기적이면서도 뜨거운 앙상블과 팀플레이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렉카 기사 ‘조박’ 역을 맡은 주지훈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빠른 전개, 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법한 이야기가 버무려져서 긴장감, 스릴감 있게 다가왔다. 제가 맡은 ‘조박’ 캐릭터가 영화 안에서 어떤 기능성을 가진 캐릭터라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군의 기밀작전인 프로젝트 사일런스에 참여해 재난 상황의 시초를 만든 양박사 역을 김희원이 맡았다. 김희원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신선하고 독특했다. 꼭 일어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출연했다. 저로부터 시작된 일이라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는 재치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안겼다. 박희본은 슬럼프에 빠진 골퍼 여동생을 매니저로서 보필하는 친언니 ‘미란’ 역을 맡아 사람 냄새 가득한 열연을 펼친다. 박희본은 “과연 이 재난을 어떻게 시각화할지가 궁금하면서 기대가 됐다. 많은 캐릭터들이 사력을 다하는 장면들이 많다”며 “연기할 때 사력을 다하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궁금해져서 안할 이유가 없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정원’(이선균 분)의 딸 ‘경민’ 역을 맡은 김수안은 “시나리오 읽으면서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후루룩 읽었다. 경민이의 용감한, 용기있는 모습이 저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김태곤 감독은 지금의 캐릭터들 및 스토리를 구축한 과정에 대해 “관객들이 캐릭터에 몰입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이 캐릭터들의 공감요소에 대한 구축을 해야지만 뒤에 벌어지는 사건들도 캐릭터에 몰입해서 긴장감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초반부터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 식으로 구조를 짰고, 마지막엔 이들이 탈출하길 원하는 마음들이 관객들에게 공감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탈출’은 개봉 전부터 한국영화를 이끌어온 국내 최정상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쌍천만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굿바이 싱글’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과 손을 잡고, 촬영감독부터 프로덕션 디자이너까지 국내 여러 완성도 높은 흥행작들을 만들어온 제작진이 실감나는 재난 상황의 디테일을 완성해냈다. 무엇보다 영화 속 연쇄 추돌 사고 및 붕괴 상태의 공항대교를 구현하는 과정에 1300평, 국내 최대 규모의 세트장이 투입된 소식으로도 눈길을 끈 바 있다. 주지훈은 “실제 다리를 옮겨놓은 듯했고, 덕분에 연기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몰입하기 좋았다”고 세트장을 경험한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탈출’은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하다. 이선균은 극 중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차정원’ 역을 맡아 재난 상황 속 인간미와 부성애, 공무원으로서의 직업 및 책임 정신 등을 실감나게 소화했다.

김태곤 감독은 “선균이 형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영화를 준비할 때부터, 그리고 현장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가 공항대교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장치들이나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 과정에서 제가 놓치는 부분들을 선균이 형이 같이 머리를 맞대줬다”며 “동선이나 캐릭터의 감정이랄지 이런 것들을 굉장히 논의를 많이 했었고 그런 요소 요소 하나 마다 매번 질문과 답을 하며 영화 전체에 대한 답을 찾아간 것 같다”고 덧붙여 뭉클함을 자아냈다.

이선균이 연기한 ‘정원’이란 캐릭터를 구축한 과정도 소개했다. 김태곤 감독은 “처음부터 부성애 강한 캐릭터로만 그리고 싶지 않았다“며 ”뻔하게 예상되는 캐릭터를 피하고자 했다. 여기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옆에서 봤을 때 있을 법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부연했다.

이선균과 극 중 부녀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수안은 “이선균 선배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경민이는 날카로운 말을 많이 하고 자유분방했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풀어주려 노력해주셨고, 즐겁고 자유롭게 연기하고 현장에 임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탈출’은 오는 7월 12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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