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장남 임종윤, 3가지 의혹에 “흠집 내기용”

허지윤 기자 2024. 7. 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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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진 ‘일감 몰아주기’ 논란, “규제 대상 아냐”
오브맘의 DXVX 무담보 대출, 배임 해석 분분
DXVX “유증은 한미 상속세와 무관, 사업 확장 자금”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윤 측 제공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자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회사 정비와 상속세 해결을 위해 투자 자금 유치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임 이사가 해외에서 운영해온 회사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자금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투자 유치는 물론, 경영권 방어마저 불투명해졌다.

8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회사는 시장에서 제기된 임종윤 이사가 세운 코리(COREE)그룹과 한미약품의 중국 법인인 북경한미의 부당 내부 거래 의혹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시장에서 코리그룹이 북경한미의 수익을 임종윤 이사의 개인 회사인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에 제공해 한미약품그룹의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임종윤 이사와 DXVX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임종윤 이사를 폄하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이사는 동생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함께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에 맞서 경영권을 두고 다퉈왔다. 창업주 일가 장·차남과 모녀 사이 분쟁이다. 주총 표대결에서 형제가 이겼지만, 최근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 다시 판세가 뒤집혔다.

임종윤 이사는 그룹 내 중국 통이다. 임 이사는 북경한미 경영 경험을 토대로 중화권에서 개인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09년 홍콩에 코리컴퍼니를 설립했고, 상장폐지됐던 DXVX(옛 캔서롭)를 인수했다. 임 사장은 2021년 당시 한미사이언스 지분 0.41%를 현물 출자해 DXVX 지분 19.57%를 확보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임 이사가 DXVX의 기업가치를 키워야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한미사이언스 지배력을 높일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DXVX 측은 “DXVX는 한미와 무관한 독자적인 회사”라며 “DXVX를 활용해 임종윤 이사가 상속세를 해결한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북경한미 연구센터에서 중국인 연구원들이 생물 의약품을 만드는 세포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 /한미약품

의혹① 북경한미 유통사 오브맘홍콩, 일감몰아주기 논란

비상장사인 코리그룹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지난 2009년 홍콩에 설립한 회사다. 임 이사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코리그룹은 계열사 17개를 두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오브맘홍콩’인데, 최근 임종윤 이사를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 있다.

오브맘홍콩이 100% 소유한 북경룬메이캉(北京潤美康)은 중국에서 북경한미 생산 의약품을 매입한뒤 수수료를 붙여 판매해온 유통사다. 룬메이캉 매출 대부분 북경한미와의 거래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들어 시장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됐다. 임 이사가 개인회사인 오브맘홍콩을 통해 북경한미의 수익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오브맘홍콩의 최대주주는 코리홍콩(33.6%)이다. 임종윤 이사는 코리그룹의 홍콩법인인 코리홍콩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임종윤 이사 측은 다른 형제들도 코리홍콩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코리홍콩 뒤로 임종윤(26.56%), 임주현(19.92%), 임종훈(19.92%) 순으로 오브맘홍콩 지분을 갖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고조된 올해 초 임종윤 이사는 “코리그룹이 개인 회사가 아니라 한미약품 그룹의 관계사이자 계열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미약품이나 한미사이언스가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상에 코리는 빠져있다.

업계에선 임 이사가 국내 법망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국내회사는 총수와 그 친족이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다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한미약품그룹은 자산 규모가 4조원대로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코리그룹과 그 계열사는 공정거래법 규제가 미치지 않는 해외법인이다.

의혹②오브맘의 무담보 대출로 개인 회사 DXVX 살리기

오브맘홍콩에 관한 논란은 또 있다. 오브맘홍콩은 지난 3월 DXVX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참여해 무담보로 254억원을 대출했다. 이후 DXVX는 지난 3월 8일 권면총액 178억원 규모의 5회차 CB를 만기 전에 취득했다고 밝혔다. DXVX가 밝힌 자금 출처는 ‘자기 자본’이다.

시장에선 임종윤 이사가 최대주주인 코리그룹의 계열사 오브맘홍콩이 임 이사의 개인 회사에 무담보로 254억원을 빌려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앞서 DXVX는 올해 초 르네상스자산운용과 함께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했다. 당시 룬메이캉, 코리홍콩, 임 사내이사의 지급 보증과 DXVX에 출자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담보로 걸었으나, 국내 증권사와 캐피탈사들 중에서 이 CB를 받는 곳이 없었다. 이에 5회차 CB 만기를 앞둔 DXVX의 급한 불을 끄는 데 ‘오브맘’이 소방수 노릇을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시장에선 코리그룹 내 오브맘이 DXVX 대상 무담보 대출을 두고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배임’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으나 적법성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개인의 자금 마련 목적으로 계열사를 활용해 무담보 대출을 진행했다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일부 사실 관계만으로 배임 여부를 확정적으로 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DXVX가 공시한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계열사는 한국바이오팜, 에빅스젠, 북경다이아웨이스생물과기유한공사 등 3곳이고, 코리는 관계사로 밝히고 있다. DXVX 관계자는 “DXVX가 증권 시장에서 거래 재개를 하면서 한미그룹의 도움은 하나도 받지 않았다”면서 “CB 발행과 유상증자도 한미그룹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의혹③ DXVX 유상증자, 임종윤 대신 ‘코리’ 참여도 논란

지난 5월 말 DXVX는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 504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주당 2650원에 신주 1900만주(보통주)에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이후 주가가 급락해 8일 주당 예정발행가를 1368원으로 정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DXVX는 29억9200만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신주배정기준일은 오는 10일이다. 발행가는 9월 2일 확정될 예정이며, 청약 예정일은 9월 10일~11일이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유증에서 임 이사는 구주주 배정분의 100%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증서를 특수관계법인인 코리그룹에 매각한 후 코리그룹이 대신 청약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임종윤 이사 대신 코리그룹이 유증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 DXVX 주가는 반토막 이상이 났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인 임 사내이사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매각자금을 챙기고, 코리를 활용해 지배력을 키우는 격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이번 유상증자가 진행돼도 DXVX가 2년 연속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50% 초과로 인한 관리종목지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DXVX도 오브맘홍콩 대여금의 출자 전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한국거래소가 일정기간 매매거래정지 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DXVX 측은 “특수관계법인(코리)의 유상증자 참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유증은 사업 확장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투자 자본 확보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임 이사 개인의 상속세 해결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DXVX의 장기차입금은 올해 1분기 약 303억원이다. 1분기 기준 DXVX의 자산은 전년 말보다 15억원 가량 줄어든 984억원이고, 같은 기간 부채는 58억원 가량 늘어 769억원 규모다.

한편, 이날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지원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4일 송 회장은 본인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보유한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6.5%(444만4187주)를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매각하는 계약과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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