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퇴로 열어준 정부 “미복귀 전공의 처분 없다”(종합)
의료정상화 수순…전공의 형평성 논란 불가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부가 8일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5개월째 접어든 의정 갈등 상황에서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현장을 떠나지 않았거나 조기 복귀한 전공의와의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귀냐 사직이냐…15일 최후통첩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수련 현장의 건의 사항과 의료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행정처분 ‘취소’ 요구에 대해서는 행정명령의 경우 법에 따라서 정당하게 이루어진 조치이기 때문에 취소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처분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후 복귀한 전공의는 저조했다. 지난 4일 현재 전국 수련 병원 211곳 전공의 1만 3756명 중 1104명(출근율 8.0%)만 근무 중이다.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철회 전인 지난달 3일과 비교하면 복귀한 전공의는 91명에 불과하다. 사직서를 제출한 레지던트는 61명(0.58%)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이 복귀도 사직서도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2월 20일에 사직서를 제출한만큼 추가 제출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6월 4일 진행한 사직서 수리명령 기한을 오는 15일로 못 박았다. 수련병원에서 이날까지 사직서를 수리하든 복귀를 독려하든 해야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고 비상의료체계도 정상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이 결정을 마무리한다면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오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시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 수련 특례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수련 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각 연차별, 복귀시기별 상황에 맞춰 수련 특례를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사직 후 1년 이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수련 규정을 완화한다. 지금은 내과 2년 차 레지던트가 지난달 사직한 경우 다른 병원 내과 2년 차로 복귀하려면 내년 9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를 완화해 올 9월에 다른 병원에서 같은 연차로 수련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모집 과목도 지난해 필수의료 9개 과목만 진행했던 것을 이번에는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김국일 중수본 총괄반장은 “예를 들면 레지던트 2년 차라면 사직 후에도 동일 연차, 동일 과목으로 지원 가능하다”며 “대신 전문의를 밟게 되는 과정 자체가 6개월 늦게 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지킨 전공의 우대책 마련 요구도
전공의들의 반응은 뜨끈 미지근하다. 쉬는 김에 1년을 마저 쉬겠다는 이들도 여전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이 전공의를 향한 마지막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내년부터 수도권 전공의 배정을 6대 4에서 5.5대 4.5로 수정하는 만큼 무대응 전공의들이 기존 수련병원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거로 전망했다. 현재 비수도권의 의대 정원 비율은 전체 의대 정원의 66%다.
하지만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은 전체 정원의 45%에 불과해 의대 정원과 전공의 정원 간 불균형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25년도 전공의 정원 배정시 비수도권 배정 비율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의과대학 정원과 연동하는 방향을 검토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서 전공의과정을 해온 이들은 내년 다시 수도권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윤순 복지부 의료정책실장은 “특례까지 해서 완화하는 조치를 했음에도 미복귀하면 전공의 개인적으로도 큰 피해가 올 수 있다”며 “입영 대상의 경우 현역이 아닌 장교로 가기 때문에 근무, 입영 기간이 상당히 길어진다. 또 1년간 응시 제한이라는 것도 그대로 적용을 받게 돼 개인적으로 너무 피해가 크다. 이번에 반드시 15일까지는 결정해달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대책에 그동안 의료현장을 묵묵하게 지켜온 전공의들과 조기 복귀 전공의 1104명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만약 또다시 의정갈등이 발생한다면 누가 의료현장을 지키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몇 달동안 의료현장을 지켜온 전공의들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있을 땐 누가 의료현장을 지킬지 답답하다.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됐든 별도의 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어드밴티지를 주기 위해 내부에서도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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