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전자칠판이 앞설 때

한겨레 2024. 7.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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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들(자폐성 장애)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칠판을 전자칠판으로 교체하기 위한 시행업체 선정위원회가 구성됐다.

'전자칠판으로 교체'는 학교 추진 사업이 아니라 교육청에서 지시가 내려온 사안이라고 했다.

전자칠판과 TV 액정은 교체 비용의 차원이 달랐다.

전자칠판으로의 교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교육부, 교육청 예산 많구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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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애&비장애 함께 살기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아들(자폐성 장애)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칠판을 전자칠판으로 교체하기 위한 시행업체 선정위원회가 구성됐다. ‘전자칠판으로 교체’는 학교 추진 사업이 아니라 교육청에서 지시가 내려온 사안이라고 했다.

나는 이미 교실에서 전자칠판을 사용 중인 비장애인 딸에게 전자칠판의 장단점에 대해 물었다. 딸이 말하는 장점은 ‘자료 보기가 편하다’였다. 유튜브 영상이나 이미지가 곧바로 칠판에 뜨니 편하다고 했다.

단점은 선생님에 따라 칠판 이용에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칠판도 디지털 환경이기에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교사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럴 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거 할 줄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서 해볼래?”

아, 이 부분이 특수학교와 다를 것이다. 특수교육 대상자 중에서도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 출중한 학생이 있지만 중도 장애 학생들이 모인 특수학교의 경우 모든 교실마다 그런 학생이 포진해 있는 것은 아니다. 특수학교에서는 교사 개인이 오롯이 활용법을 익혀야 한다.

특수학교의 특이점은 또 있다. 바로 액정 파손에 대한 대비(보험)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들만 해도 텐트럼(분노 발작)이 터졌을 때 머리로 들이박아(자해) 깨뜨린 TV 액정이 4~5대는 되는데 그중 한 대가 (6학년 때) 학교 TV였다. 전자칠판과 TV 액정은 교체 비용의 차원이 달랐다. 이런 부분이 우려되지만 어쨌든 교육청 지시로 교체하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보험)도 교육청에서 알아서 하고 있을 것으로 믿어 본다.

전자칠판으로의 교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교육부, 교육청 예산 많구나” 하는 것이다. 전자칠판 사용은 분명한 장점이 있기에 도입 자체는 찬성한다. 아쉬운 건 이 정도의 (전국적) 예산을 쏟아부을 역량이 있었다면, 전자칠판 도입에 앞서 인력 확충에 예산을 먼저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당장 특수교육을 들여다보면 통합교육 현장에서는 원적학급에서 통합교육을 지원할 인력이 없고, 특수학교에서는 매 순간 손 하나가 아쉬운 탓에 온갖 일이 발생한다. 특수교사 수가 부족한 건 말할 것도 없고 특수실무사도 필요 정원의 70% 정도밖에 충원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에 앞서 ‘칠판’에 먼저 대대적인 예산이 투입된다고 하니 씁쓸한 심정이 되는 것이다.

교육부의 ‘디지털 교육 자부심’은 학부모인 나조차도 익히 느낄 정도다. 칠판도 디지털, 교과서도 디지털(디벗)인 대한민국 학교의 모습은 얼핏 외국에 자랑하기에 ‘선진 교육 시스템’ 같아 좋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디지털’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디지털’은 수단이고 ‘사람’은 목적이다. 그렇기에 “예산을 어디에 투입하는가”를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예산이 투입되는 곳에 대한민국 교육 설계자들의 ‘인식’이 담겨 있다.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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