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전회도 기대할 것 없다?"…중요행사 앞두고 꺾인 홍콩증시

홍콩 H지수가 8일 1.55% 빠지면서 지난 5월 20일 기록한 고점 대비 9%가량 하락했다. 기술적 조정국면으로 보는 10% 하락에 바짝 다가간 것인데, 다음 주 개최되는 3중전회를 앞두고 중국 주식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8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발표 70주년 기념식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4.06.28 /AFPBBNews=뉴스1

올 초 홍콩 H지수는 1월 22일 5001.95까지 떨어지면서 5000선을 위협했으나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 주식 매수 증가와 중국 정부의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으로 5월 20일 6964.99까지 약 40% 급반등했다. H지수 반등으로 한국 내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폭도 줄었다.

하지만 5월 20일 이후 H지수는 하락 전환하며 조정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8일 오후 2시 50분(현지시간) 홍콩거래소에서 H지수는 1.74% 하락한 6271.32에 거래됐다.

이는 최근 경기 회복 신호 약화와 유럽·미국 선거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H지수를 포함한 홍콩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만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소비 심리는 재점화하지 못했다.

중국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주간 단위로는 8주째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장 하락기간이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항셍테크지수는 이미 기술적 조정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다음주 개최되는 주요 정책 회의인 중국 공산당 제20기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도 주가 부양책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진핑 집권 3기의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3중전회는 오는 7월 15~18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글로벌 투자회사 애버딘의 아시아주식 투자이사인 신야오 응은 "유럽 선거 이후 유럽의 대중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또 "중국 내수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상태로 3중전회에서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거의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중국 본토 투자자의 투자 심리도 취약하다. CSI300 지수는 올해 상승폭을 모조리 반납했으며 상하이종합지수는 6월 21일 이후 중요한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3000선을 깨뜨린 후 여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성장둔화 시기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한 중소형주를 주로 내다팔고 있다.

로라 왕 모간스탠리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중국 거시 경제지표 및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기록적으로 낮은 주식 보유 비율에도 불구하고 시장 복귀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왕 전략가는 "환율 약세, 지정학적 불확실성 및 불확실한 중국 경제 지표가 단기적인 장애물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