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혔던 사직제례악 …"종묘제례악처럼 세계유산 될 것"
풍년 기원하던 사직제례악
국립국악원 복원으로 첫 무대
"조선의 가장 중요한 제례음악
국왕별 다양한 버전 선보일 것"
11~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국민 경제의 안정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농본주의 국가였던 조선은 농업 생산의 증대를 기원하며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대제를 국가적 행사로 진행했다.
종묘대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제례였던 이 행사에서 사용된 음악이 사직제례악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승이 단절됐던 사직제례악을 국립국악원이 무대 공연의 형태로 처음 선보인다.
국립국악원 공연 '사직제례악'에서 음악 부분을 총괄한 이건회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을 매일경제가 만났다.
이 감독은 "수십 년간 잊혔던 사직제례악을 현대적 무대 기법으로 국민에게 선보인다"며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에 자부심을 갖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악단에서 35년간 단원, 부수석, 악장 등을 지낸 이 감독은 제례악과 궁중 연례악 등의 복원 공연을 통해 전통 음악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국가무형유산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다.
사직제례악은 사직대제에 쓰인 음악과 노래, 무용을 의미한다. 사직대제는 역대 조선 왕들의 제사인 종묘대제와 더불어 국왕이 직접 주재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 의식이었다.
이 감독은 "조선 왕조를 '종묘와 사직'이라고 표현할 만큼 사직대제와 사직제례악은 조선 제례 문화의 핵심이었다"며 "종묘대제는 왕실을 위한 행사지만 사직대제는 국민 경제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인 점에서 (종묘대제보다) 더 중요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왕가(전주 이씨)의 제사인 종묘대제와 선유(先儒)들을 모시는 문묘대제가 일제강점기에 계속 시행된 것과 달리 사직대제는 1908년에 폐지됐고 사직제례악의 전승 역시 끊겼다. 1988년 전주이씨대동종약원(현 사직대제보존회)이 사직대제를 복원하고 2014년 국립국악원이 정조대의 '사직서의궤'(1783)를 바탕으로 사직제례악을 복원할 때까지 사직제례악은 잊힌 문화유산이었다.
이 감독은 "오랜 세월 전승되지도 연주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국악인들도 이 음악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2014년 복원 발표 때도 긍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공연화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직제례악'은 황제국의 위엄을 갖춘 대한제국 시기의 예법을 기록한 '대한예전'(1898)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황제의 격식에 맞게 제복의 무늬와 면류관에 달린 구슬 줄을 각각 9개에서 12개로 늘리는 등 군주의 복식을 바꿨고 특종과 특경 등 악기도 추가했다. 김환중·김현곤 장인이 복원한 아악기 관(管), 화(和), 생(笙), 우(우)도 연주된다.
이 감독은 "연대장이 주재하는 부대 행사와 사단장의 행사가 다르듯 황제가 주관하는 제례는 왕의 제례와 의복, 악기, 호칭 등이 다르다"며 "(이번 공연에서) 자주 국가로서 위용을 높이려 했던 대한제국의 노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국악원은 사직제례악을 종묘제례악처럼 국가무형유산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직제례악이 종묘제례악 못지않게 문화적 가치가 클 뿐 아니라 '악학궤범'(1493) 등 조선시대 기록물과 정간보(국악 악보),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의 녹음 자료 등에 근거해 완벽히 복원됐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사직제례악의 전승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졌다면 종묘제례악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조선시대 가장 성대한 사직대제였던 성종 때의 사직제례악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K팝 등 한류의 뿌리에는 전통 음악이 있다"며 "자문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화유산을 이어나갈 때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국악원의 올해 대표 공연으로 기획된 '사직제례악'은 120여 명의 정악단과 무용단 단원들이 음악과 무용을 선보인다. 7월 11~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진행된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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