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앙에 손놓은 인간들 어쩌나...연극 ‘디망쉬’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7. 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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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술의 등장 이후 예술에서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기조는 퇴조했다.

관객들은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사실적인 연극을 보면서 현실로 닥친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

이들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은 심각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취재진의 이야기와 대조되며 다가온 기후 재앙을 외면하는 인류의 모습을 꼬집는다.

북극에서 시작된 기후 재앙이 유리창을 깨며 가정집까지 침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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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재앙 다룬 연극 ‘디망쉬’
북극곰 등 인형과 특수효과로
현실화된 재앙 사실적 묘사
11일까지 성수동 우란2경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연극 ‘디망쉬’의 한 장면. © Mihaela Bodlovic
사진 기술의 등장 이후 예술에서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기조는 퇴조했다. 세계를 복사하는 것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사물을 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회화나 조각, 연극에서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행위는 모방이 아닌 어떤 특수한 목적을 위해 수행된다.

동물 인형과 오브제, 특수효과를 활용한 기발한 연출로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무언극 ‘디망쉬’(DIMANCHE·일요일)의 내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연극 ‘디망쉬’의 한 장면. © Virginie Meigné
‘디망쉬’는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준다. 하나는 얼음이 녹아내리는 북극에서 지구의 종말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취재진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기후 재앙의 위협 속에서 태연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가정의 이야기다. 연극은 두 일화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리면서 그 간극을 통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연극은 취재진의 이야기를 매우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관객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북극곰, 홍학, 물고기 등 정교한 동물 인형이다. 인형 기술자들은 갈라지는 얼음 위에서 북극곰 어미가 자식을 돌보고, 폭풍에 휩싸인 홍학이 위태롭게 비행하는 움직임 등을 객석에서 탄성이 터질만큼 실감나게 구현한다. 물에 잠긴 도시를 미끄러져 가는 카누, 헬기에서 내리는 사다리, 설원과 해변을 오가는 자동차 등도 정교하게 설계된 음향과 함께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관객들은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사실적인 연극을 보면서 현실로 닥친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연극 ‘디망쉬’의 한 장면. © Mihaela Bodlovic
반면 집안에서 일상을 보내는 가족의 이야기는 연극적 과장이 섞인 기발한 장면들로 구성됐다. 기온이 올라 식탁과 의자, LP판 등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폭풍이 불어 식기와 인물들이 날아가는 등 만화적 모습이 연출된다. 이들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은 심각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취재진의 이야기와 대조되며 다가온 기후 재앙을 외면하는 인류의 모습을 꼬집는다.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되던 두 일화는 폭풍에 휩쓸린 홍학이 집안으로 날아들며 마침내 접점이 생긴다. 북극에서 시작된 기후 재앙이 유리창을 깨며 가정집까지 침범한 것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이 홍학의 사체를 들고 무대를 나갔다가 칠면조처럼 요리해 돌아왔을 때 두 이야기의 불일치는 극대화된다. 기후 재앙에 대한 인류의 불감증을 감각적으로 풍자하는 부분이다. 깨진 창문으로 폭풍이 들어오고 식탁이 엉망이 돼도 그들은 태연하게 식사를 계속한다. 빌 워터슨의 만화 ‘캘빈 앤 홉스’에 나오는 다음의 문장처럼. “부정하는 것이 아니야. 나는 현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뿐이지.”

연극 ‘디망쉬’는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50주년 페스티벌 등에 공식 초청됐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오리지널 프로덕션인 벨기에 극단 Focus와 Chaliwaté의 아시아 최초 초청 공연이며 11일까지 서울 성수동 우란2경에서 진행된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연극 ‘디망쉬’의 한 장면. © Virginie Meign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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