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복귀 전공의 행정처분도 '철회'…복귀 전공의에는 특례(종합2보)
'복귀 전공의·9월 재수련 전공의'에는 특례 제공
"전공의, 의개특위 참여하면 2026학년도 이후 의대정원 논의 가능"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권지현 기자 = 정부가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각 병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이달 15일까지 전공의 사직을 최종 처리한다. 전공의들은 사직 후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면 특례를 적용받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모든 전공의 행정처분 안 한다…정부 "비판 각오하고 결심"
정부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다섯 달째 이어지는 의료 공백 상황을 고려해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스스로 원칙으로 삼은 사직 전공의에 대한 '기계적 처분'을 뒤집는 것으로, 정부는 행정처분의 취소가 아닌 '철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청은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데, 정부로서는 각종 행정명령과 명령 불이행에 따른 처분이 적법했기에 취소가 아닌 철회가 맞다는 설명이다.
조 장관은 "정확하게 말하면 행정처분의 철회"라며 "(업무개시명령 등) 행정명령을 철회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3일까지 행해진 행정명령 불이행에 대해 전공의들이 향후 행정처분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거 같은데, 모든 전공의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이런 비판도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되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평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전공의들은 그간 주 80시간에 이르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많은 고생을 했고, 아직 수련생이라는 신분 또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또 "전공의들은 앞으로 정부가 구축하려고 하는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라는 점도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린 이유"라며 "정부는 전공의들이 생각한 진로대로 갈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정부도 많이 고민했고, 의견을 많이 들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진료 공백에 따른 환자 피해와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므로 이런 불가피성을 고려했다"고 말을 보탰다.
9월 수련 재응시하는 전공의에는 '특례' 적용
정부는 전공의들이 몸담은 수련병원에 이달 15일까지 사직 처리를 완료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직서 처리 시점은 병원과 전공의 개인 간 법률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지난달 4일 이후여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조 장관은 "각 병원은 7월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병원들이 15일까지 사직 처리를 확정하면 그에 따라 새로 뽑을 전공의 정원(TO)이 결정된다.
이후 이달 22일부터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이 시작된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의료 과목에만 한정하던 예년과는 달리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모집이 이뤄질 예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5일 현재 전체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사직률은 0.6%(1만506명 중 63명)에 그쳤다.
정부는 복귀한 전공의, 그리고 사직 처리 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들에게는 수련 특례를 마련할 계획이다.
조 장관은 "수련 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연차별, 복귀시기별 상황에 맞춰 수련 특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직 전공의의 1년 내 동일 과목·연차 응시 제한' 지침을 완화하고, 원활한 신규 전문의 배출을 위해 추가 시험도 검토한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예를 들어 레지던트 2년차가 사직하면 동일 연차, 동일 과목으로 (하반기 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며 "사직하지 않고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현행 체계 안에서 최대한 수련을 이어가게끔 특례를 적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전문의 시험도 검토해서 필요하면 추가로 시험 볼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9월 모집을 통해 복귀하는 경우에는 입대를 연기하는 방안도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례는 9월까지 적용하는 것으로, 끝까지 복귀나 사직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전공의 개인이 짊어져야 할 피해가 클 수 있다면서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정 실장은 "전공의들은 현역 군인이 아닌 장교 개념으로 입영하기 때문에 상당히 (복무) 기간이 길다"며 "9월에도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도 늦어지므로 개인의 경력에 관해 많이 고민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공의에 적용되는 의무사관후보생은 병역법에 따라 도중에 자의로 이 자격을 포기할 수 없으며, 의무장교가 되면 38개월 복무해야 한다.
정부는 9월 모집을 통한 비수도권 전공의의 수도권행에 대해 정책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전공의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9월 모집은) 지방 전공의가 서울로 오게끔 하는 것은 아니다"며 "올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중을 6대 4에서 5.5대 4.5로 조정했고, 내년에는 5대 5로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비중 줄인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에 속도
정부는 수련 특례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에 대비해 의료개혁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 또는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환자들을 많이 보고, 전공의들이 과도하게 일면서 수련을 잘 받지 못하는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면서 전공의들도 복귀했을 때 너무 과도하게 근로하지 않고 수련을 잘 받는 방향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상급종합병원들의 진료량과 병상을 축소하면서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운영되도록 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인력구조도 개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2026학년도 이후의 의료인력 수급 추계에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사단체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들은 주저하지 말고, 용기 내 결단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전공의 여러분이 의료계와 함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한다면 2026학년도 이후의 의료인력 추계 방안에 대해서는 더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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