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뭉치 발견된 울산 아파트 현장 미스터리 "누군가 고의로..."

최수상 2024. 7. 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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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출 은행 확인.. 이후 행방 추적
4일 지났지만 돈 주인 안 나타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CCTV 사각지대
범죄 연루 가능성 아직 확인 안 돼
울산 남구 옥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총 7500만원의 현금 다발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노란색 점선 원안이 돈이 발견된 위치. 아파트 바깥에서 철제 울타리를 통해 들여다본 모습이다. 왼쪽 붉은색 벽돌 건물이 경비실이다. 사건 전 잡풀이 우거져 맨땅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현재는 잡초가 제거돼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7500만원이나 되는 돈뭉치가 발견된 현장은 누군가 급히 돈을 숨긴 정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실수로 돈을 떨어트렸거나 놓아두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사건 발생 4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돈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울산 돈뭉치 사건의 의문점을 정리해 봤다.
■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화단

지난 4일 울산 남구 옥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5000만원 현금 다발이 발견된 지 4일째를 맞고 있다. 그 사이 현금 2500만원이 같은 장소에서 추가로 발견돼 의문의 현금 다발은 7500만원으로 늘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7일. 현금 다발이 발견된 아파트는 연륜이 묻어나는 아파트였다. 아파트로 들어 올 수 있는 입구는 경비실 앞 한 곳뿐이고 아파트 건물을 돌아서 뒤쪽으로 가면 출구가 있지만 철문으로 닫혀 있었다.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현금 다발이 발견된 곳은 경비실에서 대각선 뒤쪽에 있는 화단이다. 이 아파트 A호~B호 현관 입구 옆 1층 베란다 아래였다. 접근 자체가 어려운 곳은 아니었다. 경비실 뒤쪽에도 연결 통로가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했다.

화단에는 어른 허리 가까이 키가 자란 오는 철쭉나무와 사철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경찰의 수색을 위해 잡초를 베어낸 것 외에는 현장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지난 4일 울산 남구 옥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된 돈뭉치. 물에 젖었다가 마른 흔적이 보인다. 돈이 발견되기 이틀 전 울산에는 기상대 관측 48.5mm의 비가 내렸다. 울산경찰청 제공

현금 다발 중 먼저 5000만원은 이들 나뭇가지 아래에서 발견됐다. 취재를 종합해 본 결과 당초 검은색 비닐봉지에 들어있었다는 당초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돈뭉치 그대로 경비원에게 발견됐다. 검은색 비닐봉지에 든 채로 발견된 것은 이틀 뒤 바로 옆에서 발견된 2500만원이다.
■ 경비실 출입문과 2~3m 거리

이번 사건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문은 발견된 돈이 누군가 화단에 떨어트리고 잃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긴 것인지다.

발견된 장소는 아파트 1층 현관 옆 화단이다. CCTV 사각지대이긴 하지만 경비실 출입문과의 거리는 2~3m에 불과하다. 인기척이나 이상한 행동 시 1층 주거 주민에게 목격됐거나 경비원에게 발각됐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주민들이 모두 잠든 심야에 경비 순찰이 없는 시간대면 가능하다. 하지만 “사방이 개방돼 목격될 가능성이 높은 장소에 굳이 돈을 숨겼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두 번째 의문은 아파트 고층 거주자가 화단으로 떨어트렸을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현장 상황을 봐서는 꼼꼼하게 숨겼다기보다는 급한 나머지 화단 나무 사이에 현금 다발을 감추려 돈뭉치가 든 비닐봉지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

비닐봉지에 들어있던 5000만원 돈뭉치는 이때 봉지에서 빠져나와 따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은 위치에서 떨어트렸을 때도 일어날 수 있다.

총 7500만원의 현금 다발이 발견된 화단. 출입 금지를 알리는 줄이 쳐져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세 번째는 외부에서 누군가 아파트 화단으로 비닐봉지를 던졌을 가능성이다.

화단은 철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바깥 보도와 인접해 있다. 울타리에서 화단까지는 4m 남짓이다. 화단보다 보도의 지대가 높아 아래쪽에 있는 화단으로 던지기가 쉽다. 다만 “왜?”라는 의문에는 답하기는 쉽지 않다. 아파트 반대편은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야산이다. 급하게 비닐봉지를 던져서 숨기려면 반대편 야산이 더 나은 편이다.

■ 숨긴 시점은 발견되기 최소 이틀 전

풀리지 않은 점은 또 하나 있다. 돈뭉치가 잇따라 발견 장소가 같음에도 발견 시점이 다른 점이다.

지난 4일 오후에 경비원이 발견해 입주민 회장에게 전달했고 다음 날인 5일 오전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때는 보이지 않았던 검은색 비닐봉지가 다음 날인 6일 오전에 발견됐다. 2500만원이 뭉치 채 들어있었다. 이틀 전 5000만원이 있던 자리에서 1m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경비원에 의해 발견됐다. 잡초에 가려져 겨우 보였다고 전해졌다. 그렇다고 전날 누군가 또다시 돈뭉치를 가져다 놓았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같은 비닐봉지에 들어있던 5000만원 돈뭉치가 빠져나와 먼저 발견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돈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정황은 아직까지 없다.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는 돈을 묶었던 은행용 띠지를 이용해 몇 달 전 한 시중 은행을 통해 인출된 돈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현재 인출자를 찾고 있다.

또 5000만원 돈뭉치에는 비에 젖었다가 마른 흔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돈을 숨긴 시점은 최근 이 지역에 비가 내렸던 지난 2일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은행용 띠지와 비닐봉지에 남아 있을 지문의 감식, 목격자 탐문 등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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