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임 ‘5개월’ 허비 협회, 클린스만 사태에서 뭘 배웠을까

박효재 기자 2024. 7. 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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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홍명보 울산 HD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대한축구협회가 카타르 아시안컵 실패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지 5개월 만에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대표팀 감독에 앉히기로 했다고 8일 발표했다. 많은 외국인 후보자들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결국 초기부터 1순위 후보로 거론됐던 홍명보 감독이 최종적으로 선임되는 수순이다. 이 과정에서 감독 추천 임무를 맡은 전력강화위원회(이하 강화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진다.

정해성 위원장 체제에서 강화위는 초기부터 대표팀의 기술 철학이나 감독 선임의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적인 분위기를 잘 아는 지도자라는 모호한 표현만 남기면서 추측만 무성해졌다. 국내파 감독으로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예상과 함께 클린스만 경질 이후 임시 감독을 맡았던 황선홍 당시 U-23 대표팀 감독이 급부상했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경험한 제시 마시 현 캐나다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과 면접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과의 협상은 결렬됐고, 강화위는 외국인 후보로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으로 선택지를 좁혔다. 수많은 지도자들이 언급됐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기준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 포옛은 수비 진용을 다소 뒤로 물리고 롱볼을 활용한 직선적인 공격 전개를 선호하는 반면, 바그너는 강력한 전방 압박 신봉자로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정해성 전 축구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4월2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위원이 약속한 감독 선임 시기는 계속 늦어지는데 감독 선임 작업 중간에 감독 후보가 더 늘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도 보였다. 정 위원장 사의 표명 이후 관련 작업을 이어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달 18일 게임모델 검증 과정에서 기존 후보 12명에 5명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어떤 이유로 5명이 추가됐는지, 앞선 협상에서 결렬된 지도자가 다시 포함됐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최근에는 협회 고위층이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추천으로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감독을 밀어붙이면서 정 위원장 사퇴로 이어졌다는 추측이 나왔고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화위가 협상한 외국인 지도자를 실제로 데려올 수 있을 정도로 협회 지원이 충분했는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협회가 제시한 연봉 상한선은 세전 250만달러(약 32억원)로 알려졌는데, 그 정도 액수로는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는 감독을 데려오기는 어렵다. 마시 감독이 EPL 리즈에서 받았던 연봉은 그 2배 수준인 350만파운드(약 57억원)였다. 이 기술이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실제로 선임 가능한 외국인 감독 후보가 있었는지, 포옛과 바그너 등에 대한 유럽 현지 면담이 요식절차 아니었냐는 지적에 “기존 전력강화위원회를 존중하고 절차를 이어갔다. 그래서 중간에 외부에서 많은 외국인 감독을 추천받았지만, 하지만 혼자 그런 결정을 할 순 없었다”고 답했다.

홍 감독은 앞서 지난달 30일 K리그1 2024 20라운드 포항과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사전 인터뷰에서 정 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까지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보면 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 협회에서 누구도 정해성 위원장을 서포트해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립되신 것 같아 안타깝다”며 협회의 지원 부족을 의심했다. 홍 감독은 사실상 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거절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마음을 바꿨다. 협회가 얼마나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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