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김의 예술법정] 가짜 논란 휩싸인 한국의 보물들

2024. 7. 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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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6일 한국 미술계에 반가운 소식을 날아들었다.

미국 서부 최대의 공립미술관인 LA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한국의 보물들: 체스터&캐머런 장 컬렉션'이라는 제목의 자체 기획 전시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미술관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한국 미술품 기증이라며 우선 이 중 35점을 선정해 전시를 하고, 추후 한국 미술 상설 전시관도 열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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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열린 한국 기증품 전시
공개후 일부 작품에 위작 의혹
결국 도록 발행은 취소하기로
진품여부 가릴때 단서 많아도
절대적으로 옳은 감정은 없어

2024년 2월 6일 한국 미술계에 반가운 소식을 날아들었다. 미국 서부 최대의 공립미술관인 LA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한국의 보물들: 체스터&캐머런 장 컬렉션'이라는 제목의 자체 기획 전시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2021년 초대 주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였던 고 장기환의 가족이 미술관에 회화, 도자, 서예, 병풍 등 고미술과 근대 미술 작품 100점을 기증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미술관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한국 미술품 기증이라며 우선 이 중 35점을 선정해 전시를 하고, 추후 한국 미술 상설 전시관도 열 계획이라고 했다. 매년 100만여 명이 방문하는 인기 미술관으로 해외에서 한국 문화와 예술을 알리기 좋은 기회였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라 기대도 컸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시가 공개되자마자 전시품 중 일부가 위작이라는 의혹이 국내 미술계에서 제기됐다. 야자수가 있는 해변 풍경이 담긴 '와이키키' 등 박수근의 작품 2점과 타일에 그린 그림 '기어오르는 아이들' 등 이중섭의 작품 2점이 먼저 논란이 됐다. 박수근, 이중섭의 그림에 친숙한 이들의 눈에는 도판만 보고도 작가 고유의 양식이나 필치, 구도와 거리가 멀어 작품의 요소들을 조합한 것으로 보였다.

미술관 측은 자신들의 연구에 확신이 있다며 위작 논란을 일축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도 한국을 수차례 방문하며 작품의 진위를 확인했다고 했다. 근거로 기증자의 가문과 소장 과정의 신뢰성을 들었다. 그림이 그려진 당시 생산된 종이와 재질이 같다는 점도 제시했다. 결국 미술관은 별도의 추가적 감정 없이 전시를 강행했다.

작품을 그린 이도, 작품을 팔거나 소장했던 이들도 모두 사라진 지금 이 작품들의 진위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예술 작품의 진위를 판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미술관 측 주장대로 소장자(기증자)에 대한 명성과 신뢰도 중요하다. 그림을 그린 재료의 생산 시기도 검증 대상이다. 그런데 이런 근거만으로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현 소장자 이전의 소장자, 그리고 그 소장 경로와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기록을 프로비넌스라고 한다. 이 또한 누락되거나 위조될 수 있다. 그래서 전작 도록(카탈로그 레조네) 역시 위작 시비가 있을 때 중요한 단서가 된다. 재료나 시기 등을 파악하는 데 과학적 분석 기법도 동원된다.

명확한 근거들이 부족할 때에는 경험칙에 근거한 안목 감정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미술 전문가의 지식, 경험, 직관에 기초해 진위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감정에 '절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2024년 6월 26일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은 한국 미술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마침내 자신들의 부족을 인정했다. 그는 "계획된 전시 도록 발행은 취소해야겠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새로 발견된 '한국의 보물들'에 대한 탐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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