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신병 체력단련 없애고 명상이 웬말

안두원 기자(ahn.doowon@mk.co.kr) 2024. 7. 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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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다.

지난 5월 23일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체력단련 군기훈련을 받던 병사가 쓰러져 이틀 뒤 숨진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에 대해 국방부가 내놓은 대책 말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병교육대 사고 재발 방지 대책'에서 신병의 체력단련을 금지시켜버린 것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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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다. 지난 5월 23일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체력단련 군기훈련을 받던 병사가 쓰러져 이틀 뒤 숨진 '훈련병 얼차려 사망' 사건에 대해 국방부가 내놓은 대책 말이다.

사실상 가혹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는 체력단련을 명령한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구속돼 처벌을 앞두고 있다. 당시 벌어진 비인간적인 행태를 보면 일부에서 '고문치사' 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이 사건의 본질은 규정을 어기고 임의대로 더 나아가 감정이 섞인 상태에서 명령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대책은 훈련 규정을 준수하고 지휘권을 공명정대하게 행사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병교육대 사고 재발 방지 대책'에서 신병의 체력단련을 금지시켜버린 것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체력단련을 빼버린 빈자리는 군법교육 아니면 명상 같은 정신수양으로 채워졌다. 명상하라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면 신병들은 졸음과의 사투를 벌일 것이다.

군이 이번 기회를 '과학기술군'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큰 그림인가 하는 삐딱한 생각을 억누르며 국방부가 신병 체력단련을 겁내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해 찾아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월 10일 공개한 '2023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의 체육 참여율은 47.9%에 불과했다. 군 복무를 하기 위해 입소한 20대 초반 청년들의 상당수가 중·고등학생 시절에 운동과 담을 쌓고 지냈다는 얘기다.

학생 시절 운동을 안 해 체력이 약한 것이 국방부 탓은 아니지만 군인들의 체력 문제로 전투력이 약해진다면 국방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지만 체력 미달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군 수뇌부의 일선 간부를 향한 불신이다. 신병 교육훈련을 맡은 장교·부사관이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신병교육대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 중인 이들이 무슨 죄인가.

신병 교육훈련에서 차포 떼어낸 재발 방지 대책에서 일본식 '유토리' 교육의 폐단이 어른거린다. 일본은 수업 시간을 줄이며 학생의 인성 함양에 주력하는 교육 방침을 도입했으나 기초학력 저하와 교사들의 반발에 시달리다가 결국 철회했다. 유토리 교육은 전인 교육이라는 철학적 바탕이라도 있지만 이번 대책은 무사안일이라는 관료주의적 습성에서 나온 게 아닌지 궁금하다.

[안두원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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