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5.45지만 2020년 KIA 박전문의 전이었다…무시 못하는 21SV 경험, 정해영 없는 뒷문을 부탁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8~9회는 (전)상현이와 (최)지민이가 맡는 걸로 했습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6월 25~2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부산 3연전을 1무2패로 마치자 코칭스태프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는 2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 직전까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이범호 감독은 사실상 자신의 불펜 운영의 과오를 인정하고 코치, 전력분석 파트의 의견을 종합해 시즌 초반의 방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라톤 회의의 결론은 심플했다. 7~8회에 나갔던 전상현과 최지민을 정해영이 빠진 상황서 8~9회로 옮겼다. 그리고 지난 2~4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서 대성공을 거뒀다. 실제로 전상현을 마무리로 기용하고, 임기영을 양념처럼 활용하며, 페이스가 썩 좋지 않던 최지민을 장현식과 함께 전상현 앞에 배치했다.
이범호 감독이 정해영이 없는 현 시점에서 마무리로 가장 적합한 카드를 전상현으로 여기는 듯하다. 상황에 따라 최지민일 수도, 어쩌면 임기영이나 장현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 3연전을 보면 전상현을 최대한 뒤로 빼놓는 듯한 인상이었다. 사실 6월25~27일 부산 롯데 3연전도 전상현만큼은 비슷한 기용법이었다.
그런데 전상현은 올 시즌 좋지 않다. 39경기서 4승3패3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5.45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5시즌 연속 2~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어온, KBO리그 최상급 셋업맨이었다. 그 사이 어깨와 팔꿈치 이슈도 끝내 극복하고 돌아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멍석이 깔리자 전상현은 전상현이었다. 2~3일 삼성전서 잇따라 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구원승과 세이브를 챙겼다. 2일 4-4 동점이던 9회말 2사 1,3루서 이재현을 주무기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10회에 1점만 내주면서 경기를 마쳤다. 좌타자 구자욱과 류지혁에게 포크볼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3일에도 6-4로 앞선 8회말 2사 만루서 윤정빈을 슬라이더로 우익수 뜬공으로 요리했다. 최원준의 호수비 덕을 보기도 했다. 뒤이어 9회를 공 11개로 정리했다. 연투 여파로 4일 경기에 나가지 않았지만, 전상현이 경기 막판 위기를 못 넘겼다면 KIA는 더 깊은 수렁으로 갈 수 있었다.
2~3일 경기만 보면 시즌 평균자책점 5.45 셋업맨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본래 익스텐션이 길어서 구속 이상의 구위를 보유한 투수다. 그러나 올해 예년보다 기복이 좀 심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포심 피안타율이 0.308로 높다. 대신 슬라이더 0.153, 포크볼 0.063으로 낮다. 삼성과의 2경기서는 기본적인 이런 수치들을 간과하지 않았다.
전상현은 2020시즌 박전문의 전이었다. 그해 15세이브를 따냈고, 이후 정해영이 마무리로 자리매김했으나 지난 3년간 역시 6세이브를 따낸 경력이 있다. 세이브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흔히 말하는 몸이 기억하는 투수다.
반면 최지민은 구위도 좋고 슬라이더라는 확실한 무기도 있다. 그러나 마무리 경험은 일천하다. 정해영이 9일 시작하는 LG 트윈스와의 후반기 개막 원정 3연전에 맞춰 1군에 돌아오지는 못했다. 때문에 전상현-최지민 더블스토퍼, 전상현에게 좀 더 무게가 실린 뒷문 플랜B는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전상현이 1위 싸움 클라이맥스 초입에 중대한 임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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