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뜨자 주가 500% 넘게 오른 이 회사… 하반기 유통가 화두는 ‘역직구’

최효정 기자 2024. 7.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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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인기에 실리콘투 올 들어 주가 510% 상승
유통업계 역직구 화두로… 올리브영도 참전
글로벌 이커머스도 한국 제품 역직구에 눈독
전문가 “내수 정체 극복 위해 역직구 시장 키워야”

케이(K)뷰티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역직구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활로로 떠올랐다. 직구는 국내 소비자가 해외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다. 반면 역직구는 해외 소비자가 국내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맞서 국내 제조업체와 셀러, 이커머스 등이 해외 판로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 뷰티 제품의 인기에 글로벌 이커머스도 한국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올해 상반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관련 종목은 실리콘투였다. 실리콘투의 주가는 지난해 말 7710원에서 지난달 28일 4만7000원으로 510%나 올랐다.

올 들어 실리콘투 주가 흐름. 6월 21일 5만2800원으로 연중 최고치(종가)를 찍었다. /인터넷 캡처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K)뷰티 인디브랜드 인기가 치솟으면서 현지 유통채널을 꽉잡은 실리콘투가 수혜를 본 것이다. 실리콘투는 국내 430여 개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180여 개국에 판매하는 중간 유통사다.

김성운 대표가 2001년 창업한 이 회사는 당초 메모리 반도체 유통이 주력 사업이었지만 2006년 한국 화장품 유통으로 길을 틀었다. 들쑥날쑥한 반도체 업황에 회사 명운을 맡기는 것보다 한류 유행 등으로 전도유망한 뷰티 사업에 미래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실리콘투의 경기 광주시 물류창고. /홈페이지 캡처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올해 상반기 조선미녀나 스킨1004 등 인디 K뷰티 브랜드가 미국에서 히트를 치자 실리콘투의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실리콘투 매출은 2020년 994억원에서 지난해 3429억원으로 3년 새 3.5배 증가했다.

실리콘투는 인디 브랜드 화장품을 다품종 소량으로 직매입해 자사 플랫폼인 ‘스타일코리안닷컴’을 통해 이커머스 역직구 고객과 기업 고객에 판매한다. 미국 시장에서 실리콘투는 아마존, 아이허브 등을 주요 바이어로 확보했다.

실리콘투는 수출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 화장품업체에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제품 브랜드에만 집중하고 통관과 물류·영업망 등 해외 시장 개척에 필요한 일은 모두 실리콘투에 맡기면 되는 덕이다.

외국인들의 한국산 제품 직접구매 수요가 늘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해외 물류사업을 정비하는 등 역직구 사업 확장에 나섰다. 쿠팡은 올 상반기 중 대만에 3호 풀필먼트(통합물류 센터)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2022년 대만에 진출한 쿠팡은 지난해 11월 2호 풀필먼트 센터를 열고 한국 상품을 판매·배송 중이다.

K뷰티 원조 강자 올리브영도 최근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역직구몰인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강화하고, ‘바이오힐보’ 등 자체 브랜드의 해외 유통채널 입점도 추진 중이다. 올리브영 글로벌몰은 세계 150여 개국에 K뷰티 상품을 배송해 준다. 취급하는 상품만 2만 종에 이른다. 지난해 올리브영 글로벌몰의 매출은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K뷰티를 중심으로 한국 제품이 인기를 끌자 쇼피, 아마존, 큐텐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도 국내에서 역직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구영배 대표가 이끄는 큐텐그룹은 최근 통합 글로벌 플랫폼 ‘위시플러스’에 한국 브랜드 상품 판매 채널인 K에비뉴를 개설했다. 한국 브랜드 및 제조사의 서구권 소비자 공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는 지난달 27일 한국 진출 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시장 진출을 원하는 한국 상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도 최근 한국의 중소 화장품 제조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K-뷰티 고 빅’ 정책을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화장품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빅 사이클(장기호황)’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화장품은 올해 2분기에도 비(非)중국 모멘텀이 더욱 부각되면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글로벌 화장품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시장 확장의 초기 단계”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업계가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화장품으로 물꼬가 터진 역직구 시장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이 해외진출의 중요한 채널로 떠오르고 있는데 아직 한국 유통업체들 사이에선 역직구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면서 “내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 실적이 나오고 있는 케이 뷰티 분야를 벤치마킹해서 다른 카테고리로도 인기를 끌어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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