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한' 꺾으려던 친윤, 尹 레임덕만 확인했다
한동훈 사퇴 촉구 회견 취소…“한동훈 당선된다면 尹, 확실한 레임덕의 시작"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간의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어대한' 기류를 꺾으려는 친윤(친윤석열)계가 '제2 연판장' 움직임을 보이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구태 정치'라고 맞서면서 양측은 정면 충돌했다. 김건희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내용과 시기, 유출된 배경과 배후에 대한 의혹 제기로 당 전체가 난투극을 벌이는 양상이다.
우선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내용 자체를 두고 양측이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친윤 인사들은 한 후보가 '사과 의향'을 밝힌 김 여사의 문자를 지속해 '읽씹(읽고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한 후보는 공개된 문자 내용에 누락된 부분이 있으며 전체 맥락상 김 여사가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했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 언론에 공개된 김 여사의 문자는 모두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대한 내용이다. 김 여사는 5차례 걸쳐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해보면 어떻겠느냐' '사과하면 책임론에 불이 붙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 결정해주시면 그 뜻 따르겠다' '제가 잘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하면 결심하겠다', '큰 마음 먹고 비대위를 맡아줬는데 충분히 공감된다. 제 잘못에 기인해 그렇게 됐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한 후보에게 보냈다. 한 후보는 김 여사의 이런 문자를 읽고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
공개된 문자 내용이 모두 각색을 거친 일부 내용인 탓에 그 의도와 배경을 둘러싼 추측과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실제 문자 내용 전체가 공개될 경우 전당대회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건희 여사의 문자 내용이 전당대회에) 굉장히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사과할 의향이 실제 있었는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김 여사가 사과할 의향을 밝힌 게 맞다면 한동훈 측의 '당무개입'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려워지고 사과할 의사를 당 대표에게 전한 것 또한 사적인 문자로 해석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사과할 의향이 사실상 없었고, 당시 한 후보의 '읽씹'으로 인해 대통령실이 한동훈의 사퇴까지 요구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친윤계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코너에 몰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여사의 문자 논란에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영부인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은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8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고민정 최고위원은 "만약 문자 공개가 김 여사 측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전당대회의 개입 의도를 갖고 한 것으로 명백한 당무 개입"이라며 "국정농단의 서막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한 전 위원장한테도 문자를 많이 보냈지만, 장관들한테도 많이 보냈다는 설이 나온다"며 "그것이 밝혀지면 국정농단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무 개입 논란이 커지면서 문자 공개 배후로 의심되는 친윤계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지난 6일부터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문자를 무시해 총선 패배했다며 한 후보의 사퇴 요구에 동참해달라는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연판장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결국 지난 6일 오후 3시로 예정됐던 한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이 취소됐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에서 50명에 가까운 초선 의원들이 나경원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했고, 그 결과 나경원 의원이 불출마하고 친윤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히 선출됐다. 그 배경에 윤심(윤석열의 )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현역 의원들도 아닌 당협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제2 연판장' 움직임이 있었고 그마저도 무산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의 '그립감'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연판장' 이후의 키워드는 대통령의 레임덕"이라며 "만약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 후보가 당선, 당 대표가 된다면 확실한 레임덕의 시작"이라고 예상했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또한 시사저널에 "윤 대통령의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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