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정부 재생에너지 목표치 높아 … 원자력 발전만 있다는 비판 잘못된 것"
尹 정부서 재생 에너지 설비 규모 상향 조정… 연간 6GW씩으로 되레 늘려
에너지 수입의존도 95%… 다양한 에너지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정책 중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는 재생에너지가 매년 6GW씩 늘리도록 돼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없고 원자력 발전만 있다'는 비판은 잘못됐습니다. 오히려 학계에서는 정부의 목표가 달성 가능한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유승훈(사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공개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10차 전기본에서 해마다 5.3GW씩 늘리기로 했던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가 오히려 연간 6GW로 다시 늘어났다는 게 요지다.
유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 재생에너지를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렸지만, 문 정부 5년 동안 신재생 설비용량은 연평균 3.5GW"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수립된 10차 전기본이 5.3GW에서 이번에 6GW로 다시 상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 비중(21.6%)만 보면 제자리같지만 전력 수요가 인공지능이나 탄소 중립 이행 등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늘어났다"며 "비율은 그대로여도 보급량 자체는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차 전기본에는 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이 10차의 21.6%를 유지하고, 신규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 1기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무안이 발표된 이후 재생에너지 지지자들로부터는 재생에너지 목표가 확대되지 않은 점이, 원전 지지자들로부터는 원전 추가 건설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각각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매년 6GW씩 태양광과 풍력 등이 늘어나다 보면 이에 따른 보조금이 늘어나게 된다"며 "여기에는 전기요금 인상도 필요한데 이 보급량을 과연 달성 가능한지 오히려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해결의 열쇠를 해상풍력에서 찾았다. 태양광은 설치 가능한 지역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농지는 식량 안보라는 중대 이슈와 맞물려 있어 확장이 쉽지 않고, 산림 역시 산사태 등 자연재해 위험 때문에 설치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해상풍력으로 가야 된다"며 "한국은 삼면이 바다고 해안선이 길며, 바람이 일정하게 불어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며 "발전을 대폭 확대한다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단기간에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신규 원전 3기 건설이 포함되는 것 자체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원전이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원전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며 "심지어 우리나라는 2년 치 우라늄을 확보하고 있어 국제적인 에너지 가격 변동에도 영향이 적어 가야 하는 길은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원전의 단점으로 경직성 전원과 수용성 문제를 꼽았다. 경직성 전원은 원전과 같은 발전 시설이 전력 수요의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신한울 1호기를 짓는 데 약 20년, 신한울 2호기는 약 23년이 걸렸다"며 "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원전을 지금부터 지어야 한 20년 뒤에 도움이 되는데, 당장 필요한 2035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역할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주민 수용 때문에 원전을 마냥 늘릴 수도 없어 사실 전기본에 담겼다 하더라도 원전의 역할은 사실 먼 미래의 일"이라며 "이번에도 원전 찬성론자들은 '10기를 넣어야 한다'는 요구들이 있었지만 끝내 3기로 결정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전은 통상 짝수로 건설하는 것이 유지보수, 운영 효율성 등 경제성 면에서 유리해 홀수로 짓지는 않는다"며 "나중에 1개를 결국 안 짓거나 1개를 늘려서 4개를 짓거나 해야 하는 상황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가 그럼에도 정부가 11차 전기본을 균형감 있게 구성했다고 보는 점은 천연가스 계획이다. 전체 발전량 비중에서 천연가스 발전은 약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천연가스를 올해 1.1GW 규모로 신규 허가하고 내년에 1.4GW를 또 신규 허가해 이후에 원전이 역할을 못 할 경우 기존 천연가스 발전소의 가동률을 올리는 형태로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해 심해 유전·가스전 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도 천연가스 개발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은 낮지만 천연가스가 나올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다.
그는 "천연가스 수입시 MMBtu당 13~14달러로 국내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면 3~4달러로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라며 "정부가 한 번 시추에 1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고 5번의 시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경제력이 5000억원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망성이 있는 데다 천연가스가 발견되면 그 이익은 5000억원보다 크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자원개발의 꿈을 안고 그간 48번의 시추를 해왔고 두 번은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에는 정치적인 이슈가 돼버렸지만 일상적으로 해오던 일이자, 천연가스를 100%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 측면에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5%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다양한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균형적인 에너지 정책이 매우 중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그가 1988년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에 입학해 이날까지 에너지에 자신의 연구 인생을 바치게 된 계기도 숫자 '95%'였다. 36년 전에도 대한민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5%였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자원경제원론을 전공필수로 배우는데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95%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자원경제학의 영역이어서 매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 7위의 석유 소비 국가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절반이 석유"라며 "석유를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것이냐에 대해 연구하면서 재미를 느꼈고 공학의 길을 가지 않고, 경제 정책을 다루는 길을 가겠다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는 유명한 학자다. 그는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엘스비어'가 미국스탠퍼드대학교가 분석한 데이터를 활용해 최상위 연구자 명단을 발표한 결과, '에너지와 경제 분야'에서 지난해 세계 최상위 연구자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 69명인데 한국에선 유 학장이 유일하게 선정됐다.
비결을 묻자 그는 "술도 못 먹고, 담배도 못 피고, 골프도 잘 못 친다"며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여러 가지 과제들이 있었고 해결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다 보니 논문이라는 성과가 생겼는데 스트레스도 논문을 보면 날아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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