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상 첫 총파업… 반도체發 경기회복세 찬물 우려

장우진 2024. 7. 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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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깜짝실적 불구 결의대회
전삼노 조합원 3000여명 참여
"요구 관철때까지" 2차도 예고
장기화땐 생산 차질 가능성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8일 삼성 화성사업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삼도 유튜브 채널 캡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8일 삼성 화성사업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삼도 유튜브 채널 캡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8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3일간 총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이번 3일간 총파업 이후 사측 반응에 따라 2차 총파업을 곧바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모처럼 살아나는 반도체발(發) 경기 회복세에 찬물이 끼얹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52.2% 늘어 전체 수출증가세를 견인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에 이른다.

전삼노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가졌다. 노조는 이날 6540명의 조합원이 결의대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날 파업 현장에는 '입사 6개월 차' 신입사원이 현장발언에 나서는 등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전삼노는 이날 파업 참가자 중 반도체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에서만 5211명이 참가했다고 전했으며, 조합원 규모(3만657명)는 3만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손우목 노조위원장은 "예상했던 총파업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며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에서만 5000명 이상의 인원이 왔으니 생산 차질은 무조건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또 올해 1월에 입사했다는 설비직군의 박준하 조합원이 "신입사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부정한 일과 대우를 없애기 위해 노조가 생기고 파업을 하는 것"이라며 현장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전삼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전영한 DS부문장 부회장, 김기남 전 삼성전자 DS부문장 등 경영진을 규탄하고 특히 정현호 부회장의 사진이 그려진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사전 예고된 파업이었기에 당장 사업에 차질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동탄경찰서와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결의대회에 직접 참여한 조합원 규모는 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총파업 참여자가 전체 직원의 10%도 되지 않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 설비 가동에는 차질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삼성전자의 총 직원 수는 12만4000여명으로 3000명 기준 2.4%, 6540명 기준으로는 5.3%가량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총파업은 DS부문이 주축을 이뤘고 DX부문에서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 현장 관계자는 "파업 참여 규모는 당초 알려진 5000명은 안 되고 3000여명으로 추산된다"며 "(반도체)생산 현장 직군에서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측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당장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장기화 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차질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전삼노는 우선 오는 10일까지 3일간 총파업을 강행한 뒤, 11~12일 조합원들이 현업 복귀 후 동료 등에 2차파업을 독려하는 과정을 거쳐 이르면 15일부터 다시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우에 따라 무기한 파업을 강행할 가능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합원 내부에서도 '파업에 따른 임금손실' '현업 복귀 후 동료들의 비난' '추후 인사상 불이익'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깜짝 실적'을 내면서 내부 쇄신 등 'AI반도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노조가 스스로 '생산 차질'을 목표로 파업을 강해해 자칫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5조원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반도체는 최근 AI발 훈풍에 힘입어 올 2분기에 6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회복기를 탄 만큼 1, 2분기에 이어 하반기 실적도 잘 나오면 작년에 못 받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데,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모르겠다"며 "이러다 고객사 우려가 커져서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 결국 제 발등 찍기인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선임하는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했고, 이달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사적 노력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엔비디아와 HBM 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인 만큼 반등을 위한 중요 포인트에 서 있다.

올 2분기에는 영업이익 10조원의 '깜짝 실적'을 내면서 DS 부문에 올 상반기 최대 75%의 성과급을 책정했다.

사측은 교섭의 문이 언제든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일 전삼노와 만남을 갖기도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이날 총파업까지 이어졌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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