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채상병 사건’ 결론…임성근 前 사단장만 ‘무혐의’ 이유는
현장지휘관 6명 송치…7여단장에 ‘제반 사정 미비’ 책임 적용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업무상과실치사나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8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발된 임 전 사단장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제7포병대대 정보과장과 통신부소대장 2명에 대해서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앞서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8월24일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고 총 24명으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군·소방·지자체 등 관련자 67명을 조사하는 동시에 현장 감식, 해병대1사단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자료 190여 점을 분석했다.
경찰이 임 전 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핵심 이유는 '인과관계 불인정'이었다.
경찰은 '해병대원 사망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제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수색 지침을 변경했다는 점을 꼽았고, 임 전 사단장은 이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일 수색 지침은 '수중이 아닌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고, 이후에도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전날인 지난해 7월18일 오후 9시30분쯤 포병여단 자체 결산 회의에서 대대장 중 선임인 제11포병 대대장은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라고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하게 지시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제11포병 대대장은 작전수행 관련 지적과 질책을 이유로 임의적인 수색지침을 변경했다. 임 전 사단장은 제11포병 대대장과 직접 소통하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었다. 또 제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지침을 변경할 것을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그에게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러한 상황에서 임 전 사단장과 사망사고와의 인과관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말단 간부 2명에 대해서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제7포병대대 정보과장과 통신부소대장으로, 안전통제 임무가 주어지지 않았고 병사들과 같이 수색대원으로 수색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색 지시' '안전조치 미비' 의혹들 모두 "혐의없음"
그간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해 언론 등에서 제기된 의혹들도 모두 적용되지 않았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내린 "수변으로 내려가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지시에 대해선 수색 지침대로 군사교범 상 '의심 지역 집중 수색 방법'인 바둑판식으로 꼼꼼하게 면밀히 수색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장화 높이 수중 수색' 사진을 촬영해 보도한 언론 기사 스크랩을 보며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구나"라고 한 것은 그가 말한 전체 9개 문장 중 한 문장으로 전체 문맥상 공보 활동과 관련한 당부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이 없어 '사전 위험성 평가의무'도 없다고 봤다. 또 수색 작전과 관련, 그의 지시들은 '월권행위'에 해당할 뿐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명조끼 미준비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지방자치단체·소방당국 등과 협의해 실종자 수색 구역이나 역할 등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었음을 고려할 때, 사전에 수중 수색에 대비한 안전 장비를 구비하지 않거나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아도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경찰, 9명 중 6명 송치 결정…7여단장에 "더 명확히 지시했어야"
경찰은 사건 관계자 9명 중 나머지 6명에 대해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기로 했다.
신속기동부대장인 해병대 1사단 7여단장, 제11·7포병 대대장, 7포대대 본부 중대장, 본부중대 소속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이 그 대상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피의자들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경찰은 7여단장에 대해 회의 결과를 조금 더 상세하고 정확히 설명 및 지시했어야 하며, 기상상황과 부대별 경험을 고려해 작전 배치를 하는 등 세심한 관리 감독이 있어야 했음에도 소홀히 했다고 봤다.
특히 "이미 7월15일에 주민이 매몰되거나 하천으로 떠내려가 '실종자 수색'도 임무임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라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제반 사정 미비 책임은 임 전 사단장이 아닌 7여단장에게 적용됐다.
함께 송치 결정이 내려진 포7대대장, 본부중대장, 본부중대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 등 4명에 대해선 경찰은 "포11대대장이 변경 지시한 수색 지침이 명백히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예견했으면 상부에 확인해 지침을 철회·변경하거나 그에 따른 위험성 평가와 안전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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