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기관장 후임 인선 `재시동`

식품硏 등 임기만료 3곳 공모
KISTI·건설연 연임 이달 결정
NST, 이사장후보추천위 구성
창의재단·UST는 '지지부진'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집적해 있는 대덕특구 전경.

멈춰섰던 과학기술계 기관장 선임이 재개됐다. 후임 기관장 선임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임기 만료된 기관장이 최소 3개월 이상 기관을 경영하는 비정상적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그동안 공모조차 시작하지 못했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새 수장 선임을 위한 공모가 시작됐다. 다만,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기관장 임기가 각각 1월, 2월 만료됐음에도 인선 계획조차 잡지 못하는 등 중구난방식 운영을 지적하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소관 출연연 중 기관장 임기가 끝난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등 3개 기관장 공모를 2주간 진행하고 16일 마감한다.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소장 선임을 위한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기관 중 기관 경영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2개 출연연은 각각 김재수 원장, 김병석 원장의 연임 여부가 이달 말 NST 임시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만약 이사회 이사의 3분 2 찬성을 얻지 못하면 새 기관장 인선을 위한 공모가 곧바로 진행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과학기술계 기관장 중 연임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연임 기관장이 탄생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23개 출연연을 지원·육성하는 NST도 새 이사장 맞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복철 이사장 임기가 이달 26일 만료됨에 따라 최근 9명으로 구성된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다음주 중 1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1차 회의에선 차기 이사장 선임 방식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추천 또는 공모, 추천·공모 병행 등을 놓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선임 방식이 결정한 후 추천위가 새 이사장 후보를 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알리면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NST 신임 이사장은 늦어도 9월에는 최종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NST 이사장에는 정치권 인사가 유력한 후보로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이후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과학계에서 나온다.

출연연과 달리 과기정통부 소속 직할기관은 새 기관장 인선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과 UST는 아직까지 기관장 선임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창의재단의 경우 조율래 전 과기정통부 차관이 이사장을 맡아 지난 1월 3년 임기가 끝났고, UST는 과기정통부 실장을 지낸 뒤 산업기술진흥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김이환 총장이 지난 2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이사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추가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UST는 지난 5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총장 선임 계획안을 상정·의결할 계획이었으나, 안건조차 올리지 못해 기관장 선임이 불가피하게 더 지연될 수 밖에 없게 됐다. 공모 시작부터 최종 선임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두 기관의 경우 하반기 말쯤에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과학계의 기관장 선임 지연은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라면서 "기술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과학기술 혁신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기관장 선임을 포함한 운영 제도는 아직도 후진적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